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일 중의원 해산과 동시에 실시한 전국여론조사 결과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 내각 지지율은 4월 취임 직후의 36%에서 절반 이하인 16.7%로 떨어졌다. 자민당이 참패한 1989년 참의원 선거 당시 우노 소스케(宇野宗佑)내각의 지지율 16.7%와 정확히 일치했다.내각 지지율 변동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정당 지지율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민당 지지율은 4월의 42.5%에서 37.5%로 떨어진 반면 민주·공산·사민·자유당 등 야당의 지지율은 조금씩 올랐다. 자민·공명·보수당 등 연립여당 지지율은 37.4%로 야4당의 36.6%와 호각지세였다.
이를 두고 제1야당인 민주당 선거대책본부 구마가이 히로시(熊谷弘) 사무총장은 “조용히 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연립여당의 과반수 획득 저지에 희망이 보인다”고 밝혔다. ‘신의 나라’ 등 모리총리의 잇단 문제 발언이 야당에게 더없는 기회를 준 셈이다.
그러나 1998년 통합 이래 첫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고민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내각 지지율 급락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별로 떨어지지 않았고 자민당 이탈표 흡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월보다는 약간 높아 졌으나 대체로 게걸음을 벗어나지 못했다. 모리 비판만으로는 흡인력에 한계가 있어 분명한 정책 대안 제시 요구에 쫓기고 있다.
더욱이 180석의 비례구 선거가 득표율을 반영하는 것과는 달리 300석을 다투는 선거구 선거는 소선거구제의 특성상 제1당인 자민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큰 걱정이다. 소선거구제가 처음 도입된 1996년 총선 당시 자민당의 선거구 득표율은 38.6%였지만 의석은 56.3%인 169석을 얻었다. 제2당이던 신진당이 28% 득표로 32%인 96석, ‘꼬마 민주당’이 10.6% 득표로 5.6%인 17석을 얻는 데 그쳤다.
게이오(慶應)대학 고바야시 요시아키(小林良彰)교수는 “이번 선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자민당 지지자들”이라며 “이들의 70%만 자민당에 표를 던져도 자민당은 낙승하겠지만 60% 밑으로 떨어지면 참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사 자민당 이탈표가 늘어 나더라도 야당이 나눠 가진다면 결과적으로는 자민당 후보가 당선된다. 민주당은 96석에서 최소 125석·최고 175석으로 의석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 의석의 커다란 차이는 120~130개 선거구에서 벌어질 자민당과의 접전 때문이다. 여기서 산표를 막으면 연립여당의 ‘절대안정 다수’(269석)·‘안정 다수’(254석)는 물론 과반수(241석)까지도 막아볼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뚜렷한 야당 연대책은 떠오르지 않고 있다.
태풍의 눈 공산당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과 함께 공산당 의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당의 연대 여부는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한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공산당의석은 26석에서 최소 38석·최고 48석까지 늘어나 공명당을 제치고 제3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예상은 그동안 공산당이 보여 온 변화 노력과 각종 선거에서 드러난 뚜렷한 신장세 때문이다.
공산당은 후와 데쓰조(不破鐵三)위원장과 시이 가즈오(志位和夫)서기국장의 현실주의 노선에 따라 상징 천황제·자위대의 존재·미일 안보체제 등을 인정, “남은 것이라고는 공산당이라는 이름 뿐”이라는 말을 낳았다. 이런 변화 노력은 선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1993년 총선에서 7.7%를 득표, 14석에 머물렀으나 1996년 총선에서는 12.8%를 득표, 26석을 차지했다. 또 1998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총의석을 23석으로 불렸다.
공산당은 이런 기세를 바탕으로 야당 연합 구상을 내놓는 등 활발한 선거 연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모리총리의 ‘국체’ 발언도 실은 민주당이 공산당의 이런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견제하려는 공산당에 대한 ‘색깔론’이었다. 공산당의 전통적 이미지가 많이 희석된 가운데 민주·공산 연합이 이뤄지고 여기에 사민·자유당이 동참할 경우 연립여당은 특히 선거구 선거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공산당은 300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낼 계획이지만 야당 연대가 이뤄지면 상당수 후보를 포기할 방침이다. 공산당에 대한 원초적 거부감을 고려하더라도 제3세력으로서 갖는 파괴력으로 보아 자민당은 공산당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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