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은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나라를 위해 자기의 목숨을 바친 이들의 주검 앞에 우리 모두 머리를 조아리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도한다.어느 문화권이든 인간은 모두 나름대로 독특한 장례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 무속신앙에도 망자의 혼을 달래는 다양한 의식들이 전해진다. 전라도 지방의 씻김굿은 그 대표적인 예다.
동물들도 과연 죽음을 인식하고 그를 슬퍼할까? 일찍이 철학자 윌리엄 어네스트 호킹은 “사람만이 유일하게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며 죽음이 과연 모든 것의 종말인가를 의심할 줄 안다”고 했다.
그러나 제인 구덜 박사는 어미의 주검 곁을 떠나지 못하고 거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지내다 끝내 숨을 거둔 어린 침팬지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어린 자식의 축 늘어진 시체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허구한 날 품에 안고 다니는 침팬지 어미들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네덜란드의 아른헴 동물원은 오래 전부터 침팬지 군락을 보호하고 있다. 침팬지들이 살고 있는 지역은 수로로 둘러싸여 있어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바로 그 곳이 지금은 미국 에모리대학의 교수이자 ‘Chimpanzee Politics (정치하는 원숭이)’의 저자 프란스 드 발 박사가 연구하던 곳이다.
드 발은 그 곳에서 ‘고릴라’라는 이름의 암컷 침팬지가 여러 차례 갓 낳은 아기를 잃고 몇 주씩이나 다른 침팬지들을 멀리하며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관찰했다.
동물원 관리인들이 조심스레 안겨준 10주쯤 된 어린 침팬지를 양녀로 받아들인 후에야 비로소 그는 깊은 우울증에서 헤어나 새 삶을 찾을 수 있었다.
코끼리들은 다른 동물들의 뼈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코끼리의 뼈를 발견할 때면 언제나 그들의 긴 코로 뼈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뼈를 이리저리 굴려보며, 때로는 오랫동안 들고 다니기도 한다.
코끼리들의 자기들 뼈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그 장면을 찍고 싶으면 언제든 그들이 다니는 길목에 코끼리 뼈 하나만 놓아두면 된다는 것은 야생동물 사진작가라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코끼리들은 늘 신선한 물과 풀을 찾아 이동하며 산다. 그렇게 이동하는 중에도 자기 어머니의 두개골이 놓여있는 곳을 늘 잊지 않고 들러 한참동안 그 뼈를 굴리며 시간을 보낸다. 나도 야외연구로 동해안을 지날 적이면 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할아버지 산소를 찾는다.
죽음 그 자체는 새 생명의 탄생을 보장하는 지극히 생물학적 현상이지만 죽음을 애도하는 행위는 유전자의 관점으로 설명하기 대단히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다.
이미 죽은 자는 더 이상 유전자를 후세에 전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애석해하는 그 애틋한 감정은 유전자에게 과연 무슨 도움을 주었기에 지금도 우리 가슴속에 살아 있는가? 서로의 죽음을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로미오와 줄리엣의 몸 속에서 흐느끼던 유전자도 있었건만.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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