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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칼럼] "땅을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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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칼럼] "땅을 삽시다"

입력
200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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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삽시다.땅을 사되, 한 3억평쯤 삽시다 -.

얼핏 허황한 얘기 같다. 그러나 듣고 보면 진담이다.

땅 3억평은 우리 남한 땅 9만9,000㎢의 1%다. 어림잡아 여의도의 300배, 서울시 전체 면적의 1.6배쯤 된다.

이 넓은 땅을, 그것도 한달 몇천원씩의 성금을 모아 사들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하여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번역을 하자면 ‘국민신탁(國民信託)’이다.

꼭 보존해야 할 사적지(史蹟地)나 자연 경관지(景觀地)를 사들이거나 기탁받아 국민의 신탁재산으로 관리함으로써,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고 보전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영월의 동강이다. 그제(5일)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영월댐 건설게획의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로써 동강 유역의 비경(秘境)과 생태계는 수몰(水沒)의 위기를 면했다. 그러나 항구적인 동강 보전 대책이나 동강변 주민들의 부담을 보상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한 대안 중의 하나가 내셔널 트러스트일 수가 있다. 뜻있는 사람들의 성금으로 강변 땅을 사들여 신탁관리함으로써 경관과 생태계의 영구보전 대책을 강구하고 자연 친화적인 문화관광 단지로 꾸민다면 주민들의 생계도 보장할 수가 있으리란 것이다.

이와 같은 내셔널 트러스트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나 발상지 영국에서는 이미 100여년의 역사와 사업 실적을 자랑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25개국에서 이 운동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1895년에 시작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도 그 시초는 회원 100명, 신탁재산 1.8㏊(약 5,500평)의 미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내셔널 트러스트는 회원 250만명, 신탁재산은 토지가 27만여㏊(약 8억평), 처칠 수상의 옛집을 비롯한 역사적 건조물 2,800여동과 해안선 700여㎞, 이밖의 수많은 역사 유적지와 공원, 농장 등을 포함한다.

이제 내셔널 트러스트는 영국 최대의 민간 지주이자, 많은 관광객이 찬탄하는 영국 자연경관의 가장 유능한 관리자로 되고 있다.

이런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영국 사람들은 산업혁명 과정에서 황폐한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민간운동으로 큰 일을 해 냈다. 정부는 내셔널 트러스트법을 제정하는 등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우리도 산업화 과정에서 국토의 황폐화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제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서도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많은 시민의 참여와 적절한 제도적 뒷받침만 있다면, 그 성공사례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뒤늦기는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바야흐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연초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자연신탁 국민운동) 창립대회를 가졌고, 4월 비영리 사단법인(공동대표 高銀시인 金祥源변호사)을 설립했다.

이달 들어 운동을 본격화하면서 내 건 목표가 이 글 서두의 ‘땅을 삽시다’이다. 2020년까지 우리나라 국토의 1%를 신탁관리하며, 자원봉사자 5만명을 조직화한다는 것이다. 1차 사업 사이트(대상지)에는 서해안 갯벌과 철새 도래지 등이 들어있다.

목표는 이처럼 거창하지만 운동의 성패는 어디까지나 일반 시민들의 참여 열기에 달렸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요는 우리들의 자연 사랑, 국토 사랑이 한달 회비 2,000원(일반회원), 또는 한달 회비 1,000원(학생회원)을 감당할 만한가인 셈이다.

관심있는 이들은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홈페이지 (

http://nationaltrust.or.kr·전화

02-3675-9595)를 한번 살펴 보기 바란다.

/김창열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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