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중에는 정권은 좋아 하나 국민이 싫어하는 정치인이 있고, 그 반대로 국민은 좋아하나 정권이 싫어 하는 정치인이 있다.역사는 어느 쪽의 정치인을 평가 하는가. 한때 DJ YS가 바로 후자의 정치인이었다. 이만섭의장은 어느쪽에 속하는지, 이것이야 말로 현문우답(賢問愚答)이다.
■16대 국회 의장자리에 이만섭씨가 앉았다. 그의 이미지는 썩 좋다고 할 수 없다. 그의 정치이력 탓이다. 63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그의 행보는 좀 너무하다 할 정도로 다채롭다.
그는 3공 유신 5공 6공 YS DJ정권 등 역대 정권을 섭렵하며, 공화 국민 민자 신한국 국민신당 국민회의 민주당 등 7개 정당에 몸을 담았다. 이 사이 전국구 4선을 포함, 8선의 경력을 쌓았다. 그래선지 그는 상황적응에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5·17후 정치활동을 제한받지 않은 몇 안되는 정치인 중 한 사람이었다. 그 시절 국민당 총재를 역임했다. 국민당에 대해서는 지금도 ‘2중대’였다는 등 여러 말들이 있다.
민주화의 바람이 불던 88년 13대 때 그는 지역구(대구 중·서)에서 떨어졌다. 그것으로 끝나는가 싶더니 92년 14대 때 민자당 전국구로 살아났다.
그후 6공말 YS 쪽에 줄을 섰고, YS 정권 때인 93년 재산공개 파동으로 물러난 박준규의장의 잔여임기를 물려받아 의장직에 올랐다. 다음 신한국당을 거쳐 경선에 불복한 이인제씨를 따라 국민신당으로, 그리고 국민회의를 거쳐 오늘의 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서열 2위로 지체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도 큰 자리다. 국회의 입법권도 따지고 보면 의장의 손에 달려 있다.
본회의 사회권을 쥔 의장이 “…통과됐음을 선포합니다”라며 의사봉을 세번 두드려야 비로소 법안처리가 완료된다.
그가 의장취임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의사봉을 칠 때마다 한번은 여당을 보고, 한번은 야당을 보며, 또 마지막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이라고. 이 말을 듣는 국민의 간지러운 심정을 정치인들은 헤아리기 바란다.
/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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