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찾으려면 애를 먹는다는 아파트 분양 희망자들이 많다. 교통이 좋은 대로변에 위치하던 것은 오래 전 얘기. 대부분신축할 아파트단지와는 멀리 떨어진데다 주택가 골목 등 후미진 곳에 위치해 찾기가 쉽지 않다.
주택 건설업체들은 견본주택의 입지조건이 까다로와 견본주택 설치 부지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업체로서는 소비자에게 자신들이 짓는 주택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로변이나 차량 진출입이 쉬운 곳을 찾지만 서울시내에서 이런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잠실에 주상복합을 분양할 예정인 D산업은 송파구 및 강남구 일원에 견본주택으로 사용할 부지를 1개월 넘게 찾아 다녔으나 구하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문업체에 부탁해 공영주차장 등에 견본주택을 마련하려 했으나 이것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LG건설은 서울 5차 동시분양에 선보인 ‘LG한강빌리지’의 견본주택을 마포 ‘홀리데이인서울’호텔 건너편에 마련했다. LG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현장 부근에 마련하려 했으나 부지를 구하지 못해 이 곳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마천동 우방아파트와 신당동 남산타운, 연희동 대우아파트, 답십리 동아아파트도 사업장은 서울에 있으면서도 분당 주택전시관에 견본주택을 설치해 분양했다.
견본주택 부지난은 토지가 개발사업자에게 넘어가거나 나대지라 하더라도 법인 소유인 경우 비업무용 토지에 해당돼 장기임대를 할 수 없기 때문.
서울 강남 테헤란로 L사 소유의 부지는 나대지 상태여서 주택업체들이 견본주택 부지로 눈독을 들여 왔으나 비업무용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임대하지 못하고 있다.
테헤란로 주변 견본주택들의 경우 땅값이 오르면서 점차 후면으로 밀려나고 있다. 가락동 로터리 일대도 얼마전까지 견본주택이 운집해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공동주택이 들어섰다. 부동산개발업체인 해밀건설 황용천차장은 “수익성 있는 땅이 줄어들면서 견본주택이 들어설 땅도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지난을 극복하기 위해 업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건영은 ‘마포캐스빌’을 분양하면서 인근 미분양 상가를 빌려 견본주택을 열었다.
견본주택 신축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홍보효과는 떨어진다는 게 업체의 솔직한 대답. 홍대입구역 근처에 주거형 오피스텔 ‘마젤란 21’을 분양중인 유진기업은 사업부지에 견본주택을 설치했다가 공사일정에 쫓겨 개관 45일만에 철거해야 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