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업계가 심상찮다. 올들어 나라종금에 이어 영남종금이 영업정지를 받은데 이어 3대 종금사 중 하나인 한국종금마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자칫 종금업 기반 자체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대우사태가 진원지
위기는 나라종금이 1조700억원, 영남종금이 1,500억원을 투신사를 통해 연계콜 형식으로 대우에 지원한 것에서 비롯됐다. ‘대우에 물렸다’는 소문이 지난해 연말부터 자금시장에 급속히 퍼지면서 자금이탈을 감당하지 못하고 두 종금사가 차례로 문을 닫았다.
두 종금사의 부실 여파는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종금사로 번졌다. 한국종금은 나라종금의 발행어음 1,800억원 상당을 매입했다가 나라종금이 영업정지를 당하는 바람에 유동성 고갈사태에 직면했다.
게다가 최근 하나은행으로부터 850억원의 긴급자금이 지원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법인 및 개인고객들로부터 중도환매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영업기반 붕괴
종금사의 대표적인 수신상품인 발행어음 잔액 추이는 종금사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3월 -2,522억원 4월 -3,265억원 5월 -8,652억원 등 감소폭이 계속 확대돼 3개월동안 종금업계 전체로 무려 1조4,439억원이 빠져나갔다.
어음관리계좌(CMA) 역시 3월에 3,064억원이 감소했다가 4월에는 소폭(346억원) 늘어났으나 5월에는 다시 1,415억원이 줄어 3개월동안 4,133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콜자금 등 여신업무나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인수업무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 종금사 관계자는 “자체 사정이 어려워 조금이라도 위험을 내포한 기업들에는 여신을 전혀 해주지 못하는 등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없나
정부는 올초 증권사로 전환하거나 증권사와 합병하는 종금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종금사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종금업계에서는 증권사와 합병할 경우 실익이 별로 없는 데다 종금이 흡수합병당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종금사 업무영역이 다소 넓어진다고 하더라도 기존 증권사와 업무가 중복돼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종금사 임원은 “정부가 투신사와 마찬가지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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