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3세대 무선 이동통신의 표준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선언, 세계 이동통신의 판도가 극도로 혼미해졌다. 중국은 지난해말 이동전화 사용자가 세계3위인 3,000만명을 기록했고 수년내에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시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중국 정부 산하 통신기술아카데미(CATT)는 최근 독일 지멘스와 공동으로 유럽의 광대역 코드분할 다중접속(WCDMA)이나 미국의 코드분할 다중접속 2000(CDMA-2000) 방식과는 다른 ‘시간분할 동기식 코드분할 다중접속방식(TD-SCDMA)’ 기술을 자체 개발, 12월 베이징(北京)에서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빠르면 2001년부터 이 기술을 토대로 한 단말기 등 관련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은 5일 이와관련, “중국이 TD-SCDMA를 채용할 경우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이동통신 단말기 업체들은 중국식에 맞출 수 밖에 없다”이라며 “이는 중국식 모델이 세계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식 표준의 대두
중국은 CATT를 중심으로 1994년부터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개발에 착수, 1998년에는 국제통신연맹(ITU)으로부터 TD-SCDMA 방식을 공식 표준으로 승인받았다. 중국은 당초 모토로라 노키아 에릭슨 등에 TD-SCDMA에 대한 기술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때 유일하게 중국을 도와준 회사가 독일의 지멘스. 현재 지멘스 기술자 200명이 베이징의 CATT에서 시제품 개발 및 기지국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CATT의 리시에 박사는 “우리는 현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의 이동통신업계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TD-SCDMA의 영향
중국이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서자 세계 이동통신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동 개발 요청을 거부했던 노키아는 앞으로 수년내 무선이동전화 사용자가 2억명에 달할 전망인 중국 시장을 잃을 것을 우려, 뒤늦게 TD-SCDMA용 단말기 제작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2세대 CDMA 기술을 보유 중인 미국의 퀄컴사는 최근 기술수용을 확약했던 중국 2대 통신업체 차이나 유니콤이 갑자기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퀄컴의 주가는 5일 차이나 유니콤의 CDMA 거부 소식 때문에 7.5%나 빠졌다. 중국 정부가 기술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TD-SCDMA를 지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퀄컴에 대한 로열티 지불을 회피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퀄컴은 “중국이 어떤 표준을 선택하더라도 퀄컴의 CDMA 기술이 동원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D-SCDMA의 장단점 시간분할 접속방식인 TD-SCDMA는 다른 3세대 이동통신 표준 보다 주파수 대역을 더 많이 할당할 수 있어 인터넷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속 120㎞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 안에서는 통화가 끊기는 등 안정된 서비스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는 2세대(현재 한국에서 쓰고 있는 이동통신) 기술 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중국이 과연 이같은 기술적 결함을 극복한 실용화에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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