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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모든 것'은 황당무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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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모든 것'은 황당무계한 것

입력
2000.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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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저버린 MBC '이브의 모든 것'시청률 34.5%(1일 방송분)만 놓고 보면 이 드라마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이브의 모든 것’. 이진석 PD의 놀라운 연출력, 박지현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 그리고 채림의 출중한 이미지에 경의(?)를 표한다.

거기에 이 드라마 속에 부지기수로 나오는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놀라운 간접 광고 전략에도 찬사(?)를 보낸다.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연출, 대본, 연기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쁜 쪽으로 세 요소가 조화를 이뤘다면 문제는 크다.

제작진은 방송사 아나운서실을 무대로 착하고 평범한 진선미(채림)과 적극적이고 간교한 허영미(김소연)를 통해 여성의 내면적 본질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4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하기 전 작가와 연출자는 드라마는 황당무계하지 않고 사실성 있게 전개하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러나 이 PD의 연출은 여성의 진정한 내면을 드러내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오로지 앵커라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악행을 저지르는 여성과 늘 당하지만 착한 심성을 유지하는 여성의 단순한 대립 구도에만 초점을 맞춘다.

고민하기 싫어하는 요즘 시청자들을 드라마로 끌어들이겠다는 영민한 연출 전략으로 해석된다. 선악을 대변하는 두 여성의 등장 장면에 자주 구사하는 클로즈업은 연출의 이러한 의도가 다분히 숨어있다.

인간이란 선악으로 단순히 이분화해서 생각할 수 없는 복합적인 존재이다. 초반 10%대의 시청률은 연출의 이러한 극단적인 대립구도 덕분에 30%대까지 상승했다.

드라마의 종반부로 치닫고 있는 요즘 작가 박지현은 개연성 있는 캐릭터 묘사로 사실성을 높이겠다는 시사회때 자신의 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김소연의 악(惡)은 초반부 힘든 가정에서 형성된 성격이라는 일말의 개연성이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악을 위한 악만이 횡행할 뿐이다. 거기에는 인과나 개연성은 찾아 볼 수 없다. 출세를 위해 저지르는 악행은 일반인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앵커 자리가 탐나 친구이자 은인인 사람의 딸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끊임없이 저지르는 허영미의 비열한 행동은 기상천외하다.

1일 방송 분에서 뉴스 진행하는 진선미를 끌어내리기 위해 앵커 책상 밑에 휴대폰을 몰래 집어넣고 전화를 해 생방송을 방해하는 기막힌 상황 설정.

‘사랑해 당신을’에서 교사와 사랑을 이루는 여고생 역을 한 채림의 예쁜 이미지는 이 드라마에서도 변함이 없다. 또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연기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녀가 앵커로서 하는 뉴스 멘트는 어설픔의 극치다. 극중에서 진선미라는 캐릭터와 채림은 따로 논다.

또 있다. MBC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자사 프로그램 홍보가 부족했던지 드라마까지 동원했다. 1일 방송분에서 방송사 이사로 나오는 장동건은 사내 간부회의에서 ‘이브의 아침’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최근 MBC가 새로 시작한 아침 뉴스·정보 프로그램 ‘피자의 아침’ 내용과 같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브의 아침’ 메인 MC로 등장하는 박철이 패션쇼에 다녀 온 리포터에게 “옥소리씨는 안나왔던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옥소리씨 팬인데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얼마나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는지 말해준다(탤런트 옥소리는 박철의 아내이다).

그런데 왜 시청률이 높은가?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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