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중턱은 지금 신록과 형형색색의 들꽃들로 초여름의 찬란함을 뽐내고 있다. 반대로 제주도 해변 200㎞는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한때 해초, 성게, 말미잘로 발디딜 틈이 없었던 바닷가 용암들은 마치 붕괴된 콘크리트 건물처럼 허옇게 색깔이 변하고 해초도 말미잘도 뿌리를 못내리고 있다. 그곳 사람들은 이를 갯녹음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원인이 기후변화인지 양어장의 폐수 때문인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바다생물의 보고였던 바닷가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요즘 사막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지난 봄 우리를 괴롭힌 황사현상도 중국내륙의 사막화가 그 원인이다. 아프리카의 사막이 해마다 넓어지고, 남미에서 열대우림이 벌채되면서 기후변동을 일으키는 것도 사막화 현상으로 불린다. 그러나 숲을 베어 그 위에 콘크리트 건물을 끝없이 채우고 있는 난개발의 현장도 사막화이고 갯벌을 없애는 것도 사막화이다. 환경이 메말라 생물서식이 매우 어려운 곳을 사막이라 한다면, 우리는 지금 열심히 사막을 만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동강댐백지화를 선언한 어제는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현정부는 취임초 내놓은 경제정책인 ‘DJ노믹스’에서 환경문제를 꽤나 강조했다. 그러나 그 정책이란 것이 환경비전에 기초했다기 보다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정치적 포장이란 것이 그후 정책수행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래서 대통령이 동강댐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밝힌 환경친화 기업 우대정책이 눈길을 끈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환경문제 하면 정부와 환경단체(NGO)의 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환경문제의 본질은 인간의 소비욕구와 기업의 이윤추구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환경이슈 해법으로 소비와 기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조류가 형성되고 있다. 기업이 환경이슈에 관심을 돌리도록 정부가 환경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환경친화적인 기업의 주식을 선호하는 경제정책’이 무엇인지를 지켜봐야겠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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