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첫 선을 보인 의료보험이 23년만인 금년 7월부터 ‘건강보험’으로 새로 태어난다. 의약분업이 ‘신생아’라면 건강보험은 ‘재탄생’이다.‘국민건강보험법’이 발효됨에 따라 89년 의보가 전국민으로 확대된 뒤 따로 운영되어 오던 지역(227개) 및 직장조합(139개) 조직이 합쳐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의보 완전 통합 시대를 맞이하는 셈이다.
‘의보 합방’의 의미는 조합관리방식의 문제점 해소, 국민들을 위한 보험급여 확대, 본인부담금 축소를 통한 보험의 보장성 확보로 요약된다.
특히 정부는 의보통합의 가장 큰 명분으로 직장인 보험료의 형평성 제고를 내세우고 있다. 현행 보험요율은 직장조합마다 크게 달라 기본급 대비 3%를 적용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보다 2배 높은 6%를 적용하는 곳도 허다하다. 같은 보수에도 최고 4배이상 보험료 차이를 보였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7월 의보통합 후에는 총보수 대비 2.8%의 동일 보험요율이 적용돼 소득이 같은 근로자는 똑같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정부가 올해 초 499만9,000명의 직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장의보료 모의운영을 해본 결과 근로자의 56.6%는 지금보다 보험료가 인하하고, 43.4%는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으면 많이내고 반대의 경우는 적게 낸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공평한 보험료부담이라는 취지를 실현하기 까지는 여러곳에 구멍이 보인다. 지역가입자(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그것이다. 소득이 100% 노출되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의 정확한 소득은 세무 당국조차 알기 어렵다. 도리어 직장인들의 더 거센 불만을 부를 소지도 있다.
최병호(崔炳浩)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02년 1월 지역 및 직장의보 재정이 합쳐지기 전까지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직장인들의 큰 저항에 직면, 국민건강보험제도 자체가 도마위에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험급여가 확대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건강증진, 질병예방, 재활 등 포괄적 의료서비스도 보험적용 범위에 포함시켜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 및 시행규칙은 이런 내용을 전혀 담아내지 못해 보험급여 확대가 단순한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법정 본인부담금은 현재와 동일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고 본인부담금 보상금 및 장제비는 법정급여에서 임의급여로 후퇴했다. 예방서비스의 경우 산전(産前)진찰만 금년중 보험급여화 할 계획일 뿐 금연상담 예방접종 등 다른 예방서비스 부문은 보험급여에 포함되지 않을게 확실하다.
조홍준(趙弘俊)울산대 의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됐지만 실질적인 보험급여 확대 내용의 확보는 이루어지지 않고있으며, 이는 향후 건강보험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명채(鄭明采)농촌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건강보험이 제대로 된 의료보장이 되려면 지역의보에 대한 국고분담이 현행 26%에서 50%선으로 시급히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