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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MC는 바보다?

입력
2000.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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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버라이어티 쇼나 코미디에서 ‘바보 만들기’로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3일 방송된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의 한 코너 ‘소영이를 이겨봐’는 전대 미문의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한다. 바로 고3 과 초등학생의 퀴즈 대결.

수퍼엘리트 모델 출신인 보조 MC 백소영, 올해 대입 수험생인 그녀는 스스로를 ‘00초등학교 6학년’이라 칭하며, ‘전국 수학경시대회 3등’을 했고, 카이스트나 서울대가 진학 목표라는 초등학생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퀴즈대결을 벌인다.

남극에 세운 우리나라 과학기지 이름, 벌에 쏘였을 때 민간요법으로 바르는 것 등 극히 상식적인 문제가 오가는 중에 퀴즈는 결국 4대 5로 초등학생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참가 신청을 받습니다’라는 안내 자막이 나오는데, 실제로 SBS 게시판에는 초등학생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누가 이들의 순진함을 나무랄 것인가.

사실 이 프로그램은 두 진행자가 백소영을 ‘통통통(머릿속이 비었다는 의미)’이라고 부르는 등, 그전부터 그녀의 무지를 수차례 가학적으로 놀려댔다.

이번 코너는 그런 놀림을 아예 고정물로 만든 것이다. 백소영 스스로도 ‘망부석’을 ‘돌석’이라고 하고, ‘안창호’와 ‘윤봉길’도 구분 못하는 등 상식 이하의 지적 수준을 보였고, 이제는 아예 자신의 ‘바보스러움’을 인기와 맞바꾸려는 듯하다.

3일 같은 프로그램의 ‘조작TV’ 코너에서 백소영은 팬들에게 중대 선언(?)을 한다. “얘들아, 나 바보 아냐.” 그러나 “네가 바보가 아니면 얘들은 떠나가”라는 남희석의 한 마디에 그녀는 금세 태도를 고쳐 “아냐 나 바보야.”하며 어리광을 부린다.

사담에서나 오갈 법한 이런 가학과 피학이 어떻게 공중파로 버젓이 방송될 수 있을까.

행여 밀려드는 초등학생들의 신청과 쏟아지는 백소영에 대한 동정을 프로그램의 인기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학생을 스타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 무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방송사… 제발 갖출 것은 갖추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한 시청자의 한탄이 씁쓸하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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