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에 투입한 국민세금이 마구 새고 있다.채권금융기관에 105조원의 천문학적인 빚을 진 워크아웃 기업들이 경영정상화에 써야할 회사돈을 정치자금으로 제공하고 부실경영에 책임있는 기존 대주주는 여전히 인사와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채권금융기관과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의 감독소홀도 심각,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이 문제인가
채권금융기관은 1998년 7월부터 대우계열 12개사를 포함한 총 77개사에 대한 워크아웃을 진행했지만 경영이 정상화해 연내 졸업할 업체는 사실상 5∼6개업체에 불과하다. 7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대우의 워크아웃 적용 12개사중 힐튼호텔을 제외하곤 지난해 8월 이후 자동차 등 주력사의 매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 1호 동아건설은 4·13총선때 55명의 후보에게 후원금명목으로 1인당 3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까지 정치자금을 회사돈으로 뿌려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동아측은 채권금융기관인 서울은행도 이를 알고 있다고 밝혀 채권금융기관의 안이한 자금관리 실태를 드러냈다.
또 기존 대주주의 허울뿐인 자구노력, 채권금융기관의 자금관리 부재, 금감원 및 기업구조조정위의 감독소홀 등도 심각한 문제다. 기업구조조정위에 따르면 대우를 제외한 65개 워크아웃 기업의 사재출자 및 계열사매각등 자구계획이행률은 고작 30%에 그치고 있다.
기존 대주주들도 해당기업의 직원들이 급여삭감과 퇴직의 고통을 받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대신 인사와 경영에 깊숙히 간섭하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자금난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미주그룹의 박상희 회장은 16대 총선에서 전국구의원으로 출마하며 기협회장직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당선 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그는 심지어 지난달 모교인 건국대에 2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까지 체결해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해태 박건배 전회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했으면서도 사실상 경영에 깊숙히 간여, 채권관리단이 파견한 이태욱 전 해태제과사장과 끝임없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채권금융기관도 워크아웃 기업의 자금관리는 소홀히 한채 자사 퇴직 임직원을 낙하산인사로 내려보내는 데만 열을 낸다. 금감원은 동아건설 등 워크아웃기업의 회사돈 빼돌리기와 부실경영인의 도덕적 해이현상에 대해 파악도 못해 감독기관 본연의 소임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응책
전문가들은 부실기업주를 경영일선에서 과감히 퇴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하성(張夏成) 고려대교수는 “채권금융기관의 엄격한 자금관리, 기존 대주주의 과감한 퇴진, 워크아웃기업 경영실태에 대한 분기별 보고서 발표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김상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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