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갤러리 이야기갤러리 이야기
이명옥 지음·명진출판 발행
인사동의 수요일은 활기차다. 그도 이 날은 특별히 목둘레에 하얀 레이스가 달린 검정 원피스를 입는다.
정성을 다해 준비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세상과 첫인사하는 날. 바로 전시회가 문을 여는 날, 그도 첫날의 열병으로 숨가쁘다.
‘갤러리 이야기’는 ‘오프닝 데이’에 관한 이야기로 문을 연다. ‘갤러리 사비나’를 운영하는 이명옥씨. 그림에 대한 열정을 살려 미술과 대중의 만남을 주선한 지 벌써 5년. 남다른 감각으로 전문 화랑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한 그가 그동안 경험했던 화랑 안팎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적은 책이다.
화랑의 작은 문턱 사이로 크게 벌어진 미술과 일반인의 간격을 조금이나 좁혀보려는 심정. 화랑 문 앞에서 서성이는 당신을 잡으며 속삭이듯 화랑으로 안내한다. “도도한 여성이 한 번 마음의 문을 열면 열정적으로 다가오듯 미술도 마찬가지”라며.
수요일이 오프닝 데이의 관례가 된 것은 한 주의 가운데 날인 수요일이 가장 편한 날로 여겨졌기 때문. 전시가 오픈하는 날, 작가들은 대개 대낮부터 술집을 찾을 만큼 초조함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때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자신만만해 하는 작가도 있지만 대개 단순한 경력쌓기의 전시를 여는 작가일수록 그렇다고. 책은 이어서 거나하게 취한 화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뒤풀이 자리, 화가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화상의 활약상, 화가를 키워주는 애호가들에 대한 이야기 등 화랑이란 공간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야기를 일기 쓰듯이 풀어간다.
또한, 큐레이터, 평론가, 전시기사 등에 관한 이야기는 갤러리 운영을 꿈꾸거나 큐레이터를 희망하는 사람에겐 지나칠 수 없는 정보다.
전시기획을 담당하는 큐레이터는 도록 교정, 작품 운반, 홍보 등 온갖 격무에 시달려야 하는 고단한 일임을 일깨우며 진정한 예술혼이 없다면 단 하루도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명진출판 발행. 9,800원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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