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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의원 총리겸직은 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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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의원 총리겸직은 위헌이다

입력
2000.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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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은 국회의원인 이한동씨를 국무총리로 지명하여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중이다. 현 정부 출범시에도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8명이 현역의원중에서 임명됐으며 앞으로도 현역의원의 입각이 예상된다. 이처럼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장관을 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치 헌법에 근거가 있는 제도인 것처럼 3선 개헌(1969년) 이후 30년 넘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그러나 헌법에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국무위원을 겸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이 없다. 다만 헌법 제43조에서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현행 국회법과 국가공무원법은 국회의원의 겸직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하위법령에 백지위임하였고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법 제3조 단서의 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에서 비로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겸직가능한 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권력분립주의의 실현행태인 정부형태는 크게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의원내각제)로 나뉜다. 대통령제의 본질적 요소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조직과 활동이 상호 독립적이어서 국회의원의 총리, 장관(국무외원)겸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한편 내각책임제는 의회나 내각이 그 조직과 기능면에서 상호의존적이다. 때문에 의회의 내각불신임권과 내각의 의회해산권이 인정되고 국회의원이 각료를 겸하는 것은 당연시 된다.

현행 헌법상의 정부형태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제로 평가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몇 가지 내각제적 요소에 대하여는 헌법 스스로 직접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국무총리, 장관 겸직은 내각제의 본질적 요소인만큼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원리상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 헌법상 명문의 근거없이 법률이나 시행령으로 내각제의 요소를 도입하여 운용하는 것은 법률에 의하여 헌법의 기본원리를 침탈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헌법 제43조의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는 규정은 국회의원의 겸직범위를 법률로 정할 때 헌법의 기본원리인 대통령제 정부형태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겸직가능한 직을 정하라는 취지이지 내각제의 핵심요소인 국회의원의 각료겸직 여부까지도 법률에서 정하라는 취지는 결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예컨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행사의 범위를 법률로 정할 수 있다고 하여 정부조직법 등에서 대통령의 의회해산권을 규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법리라 하겠다.

헌법에 근거한 정부형태를 변동시키는 제도의 도입은 헌법이 직접 그 예외를 허용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비교법적으로도 성문헌법을 지니고 있는 국가에서 국가권력구조 내지 정부형태의 변동을 가져오는 제도를 헌법에 직접 명시하지 아니하고 법률 등 하위법령에 백지위임하여 운용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이같은 현재의 왜곡상황은 1969년 10월26일 이른바 3선개헌 당시 국회의원의 총리, 장관 겸직 불허조항을 삭제한 것만으로 명문의 허용규정없이 겸직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된 데서 비롯되었다. 그후 국회법상의 겸직규정 자체의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적 평가가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헌정운용의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졸속개헌으로 굳어진 위헌적 헌법현실인 것이다.

과거 수십년간 지속된 권위주의시대의 파행적인 헌정운용은 헌법을 장식 규범으로 전락시키는 쓰라린 경험을 안겨주었다. 최근 헌법재판의 활성화로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인권이 더 이상 정치적 상징조작의 장식물이 아니라는 헌법의식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정부형태의 변경을 가져오는 이와같은 파행적인 헌정운용의 현실은 바로 잡혀져야 하리라고 본다.

/이석연 경실련 사무총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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