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를 줄이자니 무역이 위축될 것 같고, 그냥 두자니 단기외채가 너무 늘고….’환란(換亂)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단기외채가 다시 경계수위로 육박함에 따라 정부가 외채규제 방안을 내놓았으나 무역업계가 강력 반발해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심상치않은 단기외채
4월말 단기외채는 462억1,000만달러로 98년3월 이후 최고수준. 장기외채 가운데 만기가 1년내에 돌아오는 사실상의 단기외채까지 포함하면 550억-6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단기외채의 대부분은 금융기관들이 수입업체를 대신해 대금을 지급한 수입신용”이라며 “경기호조의 결과인 만큼 환란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문제는 너무 빠른 단기외채 증가속도.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54.1%로 아직은 ‘안정’범위(60%이하)에 있지만 최근의 폭발적 수입증가세를 감안할 때 수입신용에 따른 단기외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계’수위(60-100%) 진입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단기외채 규제와 무역업계 반발
정부는 단기외채 억제를 위해 은행의 만기 단기외화부채(수입신용) 대비 단기외화자산(수출환어음매입) 비율, 즉 외화유동성 비율을 70%에서 80%로 높이고 은행이 지급보증한 수입신용의 20%를 외화부채에 포함시킨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수입신용취급이 많으면 부채가 늘어나 건전성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들 스스로 ‘외상수입’취급을 줄이도록해 단기외채증가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효과를 내도 문제고, 내지 않아도 문제다. 효과를 낸다는 것은 은행들의 수입신용취급이 줄어든다는 뜻인데 이 경우 무역거래도 함께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수출용 원자재 수입의 상당수가 수입신용에 의존하기 때문에 외상수입이 규제된다면 수입뿐 아니라 수출까지 경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무역신용 규제효과가 없다면 단기외채증가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선 “단기외채 문제는 외환보유액 확충이나 신인도 제고로 풀어야지 자칫 정상적 수출입거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무역신용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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