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시간 박물관시간 박물관
움베르토 에코 외 지음, 김석희 옮김, 푸른숲 발행
움베르토 에코, 에른스트 곰브리치 등 제작에 참여한 세계적 석학 24명의 명성만큼이나, 5·7배판이라는 큼직한 판형만큼이나 묵직한 중량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과학 예술 역사 철학 등 인류의 모든 생활 영역과 관련된 ‘시간’의 다양한 역사와 모습을 400여장의 사진과 함께 추적했다. 풍부한 사진(특히 시계의 역사를 다룬 제2장 ‘시간의 측정’)은 웬만한 백과사전 수준.
압권은 제3장 ‘시간의 묘사’. 예술가들이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실제 예술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유명 작품들과 시간의 관계를 끈기있게 고찰한 상상력과 분석력이 놀랍다.
특히 1870년대 인상파 풍경화가 시간 개념에 몰두했다는 영국 런던대 코톨드 미술연구소장 존 하우스교수의 글, 초상화란 ‘그림은 변하고 자신은 영원히 그대로’라는 바람이 투영됐다는 영국국립박물관 론 캠벨박사의 글이 흥미롭게 읽힌다.
이어지는 ‘시간의 체험’은 시간의 개념을 좀 더 확장시켜 생물학적 시계로서 ‘인생’을 탐구한다.
중국 화가 주배춘의 ‘진맥하고 있는 중국 의사’, 에드바르드 뭉크의 ‘사춘기’ 등의 작품을 통해 탄생, 세례, 결혼, 질병, 결혼, 죽음과 같은 다양한 통과의례 문화를 살펴본다. 히브리어 성서에 나오는 안식년부터 현대의 기념일 홍수에 이르기까지 기념일의 역사를 다룬 런던대 곰브리치교수의 글이 실렸다.
원서는 지난 해 12월 1일 영국 그리니치의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시회 ‘The Story of Time’과 때를 같이해 같은 이름으로 출간됐다.
뉴 밀레니엄을 맞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간이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리자는 취지. 한 권쯤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책이지만 4만 9,000원이라는 책 값은 부담스럽다.
김관명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