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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17,200명 진료기록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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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17,200명 진료기록 내라"

입력
2000.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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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조사 신청 법원수용…재판지연 불가피소송가액만 5조원에 달하는 고엽제 소송 담당재판부가 원고 1만7,200여명의 병환이 실제 고엽제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보훈처에 개인별 진료기록 등을 모두 제출토록 명령, 재판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장 유원규 부장판사)는 최근 미국 고엽제 제조사이자 피고측인 다우케미컬과 몬산토측의 진료기록 등 송부신청을 수용,

국가보훈처에 원고 1만7,200여명의 진료기록과 검진결과통보서 등을 제출토록 명령했다.

재판부는“이번 재판은 민사소송법상 손해배상청구이므로 정확한 사실관계 및 인과관계를 확인해야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피고측 신청 수용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전국 5개 보훈병원이 취합, 진료기록을 제출하는 대로 전문의를 감정인으로 선정, 진료기록을 통해 원고가 소송 당사자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재판사(史)상 초유의 원고수를 기록한 고엽제 소송은 원고 1인당 10-50장씩 최대 85만장에 달하는 진료기록 분석 및 감정 등의 작업 때문에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엽제 소송은 지난해 12월 첫 재판이 열린 뒤 지금까지 정식재판이 아닌 준비절차 기일만 열렸으며, 소멸시효 및 관할권 문제 등 쟁점이 많아 재판이 무한정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개 보훈병원은 원고들의 진료기록을 분류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도“엄청난 수의 원고들 때문에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에만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고측 변호사들은 “원고들은 이미 ‘고엽제 후유증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를 인정받았다”며 “번거로운 병력 확인작업은 피고측의 시간벌기 작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고엽제 소송 지연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국내에서도 1인 또는 법률이 정하는 소수가 불특정 다수를 대리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집단소송제(Class Action)’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대표 원고 한 명만을 상대로 심리를 진행하고, 추가 소송을 내는 나머지 원고들은 보충할 부분만 제시하면 되므로 원고수 때문에 재판이 지연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일주씨 등 베트남전 참전 고엽제 후유증·후유의증 환자 1만7,200여명은 지난해 10월 미국 고엽제 제조사인 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1인당 3억원씩 모두 5조1,61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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