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지금 집에 있다.” 유치원에 다니던 필자의 큰 딸이 6, 7년전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했던 말이다. 야구선수들은 동계훈련, 스프링캠프, 메인시즌, 마무리훈련까지 이어지는 장기간 외박의 연속이다. 시즌중 절반은 원정, 절반은 홈경기다.원정경기는 가족과 이별이다. 홈경기도 매일반이다. 가족들이 자고 있을때 귀가해서 아이들이 유치원에 갈때 아빠는 자고 있다. 아이들과 놀 시간도 얼굴을 마주칠 기회도 없는 셈이다.
이런 아빠가 집에 있으니 얼마나 큰 자랑거리였겠는가. 하지만 큰딸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짬이 날때마다 아이들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뿐아니다. 야구선수의 부인들은 생활패턴이 엉망이다. 야간경기를 마치고 밤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저녁을 차려줘야 하고 개인운동을 마치고 취침하는 시간이 새벽 2~3시가 되다 보니 밤낮이 뒤바뀌기 일쑤다.
하지만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상황은 더욱 안좋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다시 남편의 아침겸 점심을 챙겨야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생활을 묵묵히 해내는 와중에도 남편의 성적이 좋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성적이 부진, 벤치를 지키거나 2군에 내려가 있으면 마음고생은 누구보다 심하다.
코칭스태프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코칭스태프의 자녀들은 초등학교 또는 중고생들이다. 아빠가 속한 팀이 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프런트의 가족들도 팀의 성적에 따라 집안분위기가 달라진다.
야구선수들은 운동량이 많아 칼로리 높은 음식과 보약을 많이 먹는다. 부인들과 부모들은 1년내내 보약을 신경써 준비한다. 사실 야구선수들은 젊은 나이에 억대의 몫돈을 쥔다. 돈을 많이 버니까 그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선수가 평생직업이 될 수 없다.
길어야 30대중반까지 운동한다. 김용수(LG) 김성래(SK)같이 40세까지 뛰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돈도 많이 벌고 인기를 먹고 사는 프로야구선수들의 겉모습은 화려하다. 하지만 이면에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닌 가족들의 희생이 있다.
경인방송해설위원 박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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