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감염을 막기 위해 투여되는 항생제의 95%가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이같은 사실은 지난달 26일 서울중앙병원에서 열린 대한화학요법학회 2000년도 학술대회에서 울산대의대 우준희(서울중앙병원 감염내과)교수팀이 발표한 ‘국내 항생제 관리체계 분석을 통한 예방적 항생제 사용의 평가 및 지침개발’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우교수팀은 전국 11개 3차병원에서 탈장 수술, 유방종양 제거 수술, 인공관절 삽입 수술, 제왕절개 수술, 맹장염 수술 등을 받은 환자 1,106명을 대상으로 1999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수술 후 항생제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예방적 항생제가 환자 1인당 평균 1.97건이 투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사용 권고치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투여기간도 평균 6.8일로 권장일수를 훨씬 초과했다. 항생제가 적절하게 투여된 환자는 4.7%인 50명에 불과했다.
또 권장되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항생제를 병용한 경우가 90.8%였고, 필요기간 이상 투여된 경우도 91.7%나 됐다. 특히 인공관절 삽입수술, 제왕절개 수술, 맹장염 수술 등은 부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거나 필요기간 이상 투여한 경우가 100%나 됐다.
우교수팀은 “탈장 수술 등 감염위험이 낮은 경우엔 1세대 항생제인 세파졸린 1회 투여만으로 충분한 예방효과가 있으나, 실제로는 강력한 3세대 항생제가 투여되거나 여러 가지를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4시간 이상 투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4-5일을 계속 투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97년 기준으로 서태평양지역 12개 국가에서 폐렴구균(폐렴·뇌막염 등의 원인균)에 대한 페니실린 내성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84%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지난해 3월 발표했다.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미국·영국·프랑스는 폐렴구균에 대한 페니실린 내성률이 평균 12%, 서구에서 항생제 내성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 헝가리도 59%에 불과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