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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 미쳤다구요?

입력
2000.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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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 미쳤다구요?춤에 美친 여자

박명수 지음

디자인하우스 발행

이 여자의 이력을 잠깐 보자. 1980년대 대학 시절 리듬체조 선수. 1991년 MBC 예술단에 합격한 후 댄스 안무자로 7년간 활동. 이후 미국으로 유학, 재즈댄스를 본격 공부한 후 돌아와 대학 무용과에서 학생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댄스 강사.

여기까지는 일반적이라 치자. 이런 경력의 소유자가 보수도 별 볼 일 없고, 인기가수의 그늘로 ‘왕 무시’ 당하는 백업댄서로 활동한다면. 그것도 중고등학생들이 ‘득실대는’ 판에 30대의 나이로 뛰어들었다면. 이쯤 되면 ‘춤에 미쳤다’고 할 만 하지 않을까.

박명수. 지난해 클론의 ‘펑키 투나잇’이란 뮤직비디오의 백업댄서로 등장했을 때 다들 ‘외국인 댄서’로 생각할 정도로, 확실히 튀었다. 클론 순회 콘서트 때 선보인 육감적이고 정열적인 춤으로 ‘백댄서답지 않게’ 화제에 올랐고, 이어 박미경, 엄정화 백업댄서로 활동, 최근에는 CF까지 진출했다.

백업댄서로 치면 출세한 셈이지만 춤에 청춘을 바친 한 프로 춤꾼에겐 아직 성에 차지 않는 대우일지 모른다.

그가 최근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제목도 ‘춤에 美친 여자’. 살아온 인생이 만만찮은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을 것이다.

4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춤 연습을 끝내고 샤워를 갓 하고 나온 듯 간소한 티셔츠 차림의 첫 인상은 상쾌함이었다.

예상대로 성격도 쾌활했다. “이름은 개그맨 박명수고, 목소리는 김미화라고 오늘 누가 그러던데 참, 내 …”라며 껄껄 웃었다.

자신의 전부랄 수 있는 춤엔 언제, 무슨 계기로 빠져들었을까. “1998년 미국 유학 갔을 때”라고 말했다. 의외다.

MBC에서 안무자로 활동했을 때 자기 마음대로 음악과 춤을 택할 수 없는 조직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더군다나 직접 춤을 추지도 못했던 탓. 과감히 회사를 나와 간간히 접했던 재즈댄스를 본격 공부했던 미국 유학시절이 인생의 일대 전환점이었다고 한다.

“재즈댄스를 추면서 나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곳에서 유명 힙합 그룹 ‘스눕덕’의 래퍼 쿠룹트의 백업댄서로 직접 출연하는 기회도 잡았다. 물론 미국의 백업댄서의 위상은 우리와 한참 다르다.

“국내 백업댄서에 대한 무시는 우리 문화에서 춤에 대한 편견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깨고 싶었다.” 서울예대와 한양대 등에 강의를 나가고, 직접 재즈스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그가 현역 백업댄서로 활동하는 이유다.

꿈은 더 야무지다. 대학에 재즈과나 백업댄서학과가 생겨나도록 노력하는 것. 최근에는 ‘수화 춤’도 고안중이다. 장애인에게도 춤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이제 부모에게도 떳떳할 수 있다고 했다. 작고한 그의 부친은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박경목씨. 부모 앞에 당당한 딸로 돌아온 박명수. 그를 그토록 사로잡은 춤의 매력에 대해 “그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정말 불립문자다.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밖에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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