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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M 놓고 첨예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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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M 놓고 첨예 대립

입력
2000.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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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최대쟁점인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두고 현격한 시각차를 재확인했다. 푸틴대통령정부 출범후 처음 열린 이번 미러 정상회담은 세계적 관심사인 주요현안에 대해 접점없는 대립상을 보임으로써 국제적 긴장을 높였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NMD 이견

두 정상은 이날 ‘전략적 안정 원칙에 관한 공동선언’ 등 2개의 공동선언과 1개의 문건을 채택했지만, NMD문제와 직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격론을 벌였다. 클린턴은 “NMD체제가 ‘깡패국가’의 새로운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적인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푸틴은 “주변국들을 무기 확산의 유혹에 빠뜨릴 뿐”이라며 일축했다. 대신 클린턴은 푸틴의 공동 미사일 방어망 구축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위협’에 대한 시각차

양측이 ABM 개정과 관련, 유일하게 논의의 실마리로 남긴 것은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상호 노력키로 합의한 점.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이를 두고 “러시아가 NMD 논의에 개방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새로운 위협’에 대한 양측의 이해는 현격히 다르다. 러시아는 미국이 NMD 구축의 명분으로 내세운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위협적 요인으로 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ABM을 어겨가며 알래스카에 미사일 요격시설을 설치할 경우 앞서 합의된 모든 군축 협정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하려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올해 내 결정을 내리고 내년초부터 시설건설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전망

클린턴은 5일 최종 협상에서 3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Ⅲ)에서 일정 정도 양보하거나 각종 경제지원 등 추가적인 ‘당근’을 제시하며 마지막으로 푸틴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NMD 허용을 전략적 후퇴로 간주하는 푸틴으로부터 ‘획기적인’ 양보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경우 클린턴은 독자적으로 NMD 배치 여부를 결정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NMD 설치를 위해 필수적인 ABM 개정안은 미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NMD 배치 계획이 북한이 아니라 중국의 핵전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 반발하고 있다.

■합의 사항

그러나 미·러 정상은 이날 지구 온난화 예방을 위한 공동선언과 2001년 가을 모스크바에서 문을 열게 되는 미사일 발사 조기 예보에 관한 자료교환 센터 설립에 관한 의정서 등을 채택했다. 양측은 또 핵무기용 플루토늄 34t씩을 해제, 민수용으로 전환하거나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NMD,미국이 서두는 이유

연기땐 대선 불리할수도..클린턴강행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을 추진하려는 표면적 이유는 이란과 북한 등 이른바 ‘깡패국가(rogue state)’의 미사일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소련 해체이후 사실상 미국 일변도의 일극체제로 재편된 세계질서를 보다 강화하려는게 미국의 속셈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NMD체제 구축사업은 그러나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공화당과 국방부 등은 NMD의 조기추진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이에비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북한의 미사일위협이 과장됐다는 점과 600억달러나 투입해야 하는 이 사업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신중접근론을 펴는 중이다. 진보적인 과학자들도 “미사일을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분분한 여론때문에 올 여름까지 사업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빌 클린턴 대통령도 고심중이다. 이 문제는 대선의 주요 이슈로 부상했는데 앨 고어 부통령은 클린턴행정부의 신중한 추진일정에 동조하는 반면,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NMD사업의 조기추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한때 사업추진 결정을 연기하려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자신의 후계자인 고어 부통령이 자칫 강력한 국방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예정대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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