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작가열전](12) KBS '개그 콘서트' 손종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작가열전](12) KBS '개그 콘서트' 손종훈

입력
2000.06.05 00:00
0 0

KBS '개그 콘서트' 손종훈시청자는 환호하고 비평가는 한국 코미디의 흐름을 바꿨다고 칭찬한다. KBS2 TV 코미디 ‘개그 콘서트’의 이같은 환호와 칭찬 뒤에는 작가 손종훈(33)의 8년간의 노력과 고통이 배어있다.

인터뷰 요청을 하자 밤 9시 30분이 돼서야 헐레벌떡 신문사로 뛰어 들어왔다. 라디오 방송 출연과 각종 인터뷰, 강의 청탁 등으로 대본 작업 외에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피곤한 기색이다. 하지만 막상 ‘개그 콘서트’ 이야기를 꺼내자 생기가 돌아왔다. 작가는 인기를 먹고 산다는 말을 입증하는 것일까.

“1992년 프로그램 회의에서 아이디어만 내는 일을 8개월 하다 마침내 대본을 쓴 코너가 반응이 신통치 않아 페지돼 충격을 받았다.

이후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방송국 편집실에서 칩거해 8개월 동안 선배들 대본을 다시 써보며 습작을 했다.” 그는 천부적인 감각의 소유자가 아니라 노력형에 속한다.

‘개그 콘서트’ 녹화장에 가면 그는 대본을 들고 객석을 쳐다보며 연신 밑줄을 긋는다. 방청객들이 웃는 대목과 웃길려고 했는데 웃지 않는 장면 등을 일일이 메모한 뒤 다음 대본을 쓸 때 참고한다.

연극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돈을 많이 줄 것 같아 중앙대학교 3학년 재학중인 1989년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코너 작가 공모에 응모했다.

10개월 정도 한 달에 한번씩 창작단막극을 쓰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자신의 대사에 청취자들이 웃는 것을 보고 기분이 묘했다. 세상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연극 못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1992년 KBS 코미디 작가로 이어졌다.

“작가는 서열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락이나 코미디를 적당히 하다 경력이 쌓이면 드라마 작가로 전환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힘들거나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코미디 작가인 나로 인해 웃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 방송가를 떠나는 순간까지 대중을 웃기는 코미디를 할 것이다.” 확고한 작가관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의 고질적인 코미디 편견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코미디를 보고 웃고 난 뒤 저질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건강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코미디를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시청자도 편견에서 벗어나야한다.”

코미디 작가로서 가장 힘든 일은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자신있게 대본을 썼는데 시청자들이 안 웃는 경우다. 고통의 강도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불면이 따른다. “아내는 이제 방송을 보지않더라도 나의 수면시계를 보면 방송의 반응을 알 정도다. 자지 못하고 뒤척이면 어쩔 줄 몰라하며 안타까워한다.”

그역시 코미디 소재를 신문을 비롯한 대중매체와 인터넷에서 구한다. 한가지 더 활용하는 것이 있다면 초중등학교 교과서다. “코미디 대본에 사용하는 단어가 약 2,000단어다.

이것을 어떻게 배열하고 상황설정을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국사 등 교과서에 실린 상황은 정말 재미있는 것이 많다.”

그는 콩트 코미디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치고받고 쓰러지는 슬랩스틱 코미디 시대가 끝나고 콩트 코미디로, 이제는 개그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는 고민했다. 정작 우리의 정서에 맞는 것은 콩트 코미디인데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하고. 1년 여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속도의 문제였다.

이전보다 빠르게 상황을 반전시키고 의외성을 강조한 대사와 연기를 템포감있게 전개시켰다. 성공이었다. “‘개그 콘서트’의 코너와 소재는 모두 작가 초년병 시절 습작했던 것에서 따왔다. 형식을 약간 변형하고 속도감을 줘서 성공한 것 같다.”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코미디가 선망받는 장르로 부각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있다면 자신의 역할은 충분하다는 손종훈. 그는 아들이 아빠의 코미디프로그램을 보고 웃지 않으면 작가를 그만두고 늘 향수로 남아있는 연극무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약 력

1967년 서울 출생

1989년 ‘별이 빛나는 밤에’(MBC)

1992년 중앙대 영어과 졸업

‘유머 일번지’ ‘한바탕 웃음으로’(KBS)

1993년 ‘코미디 세상만사’(KBS)

1994년 ‘폭소 대행진’(KBS)

1995년 ‘웃음은 행복을 싣고’(KBS)

1996년 ‘토요일 전원 출발’ ‘출동 우리는 친구’(KBS)

1997년 ‘웃는 세상 좋은 세상’(MBC)

1998년 ‘쇼! 행운을 잡아라’(KBS·집필중)

1999년 ‘개그 콘서트’(KBS·집필중)

배국남기자

knb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