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병든 시대, 시의 역할은?“우리가 날마다 쓰는 말들은 힘을 잃었으며 병들었다. 말은 소통되어 우리의 존재를 확대시키기는커녕 세계와 우리를 가로막아 우리 존재를 조각낸다. 우리는 지금 시가 세상을 구제해줄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 전문 계간지 ‘포에지’(나남출판 발행·사진)가 창간됐다. 황현산 고려대 교수가 편집주간, 평론가 김훈 김진수씨와 김혜순 시인이 편집위원이다.
‘포에지’는 창간사에서 비장한 어조로 요즘 시대 ‘언어의 파국’과 시의 역할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이 문명이 직면한 파국 앞에 최소한 비극적 전망이라도 마련하여 우리를 마지막 순간까지 발버둥치며 저항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창간 발기인들은 말했다.
많은 문학잡지들이 있는데 또 하나의 시 전문지를 창간하는 것은 ‘우리의 불행이고 무능함’이라고 황현산 주간은 말했다.
그는 “수많은 시 전문지들이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문단 계파를 만들거나, 시인들을 양산하는 구태를 벗고 이 시대 인간들이 직면한 전면적 위기에 맞서 시를 그 저항의 본거지로 삼자는 데 창간의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창간호에는 황지우 시인 초청대담, 평론가 정과리씨의 연재 ‘한국 현대시의 밑자리’ 등과 작고한 진이정 시인의 미발표 유작시 등이 실렸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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