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식도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지 않으면 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인권교육은 정부의 무지와 입시·취업교육에 눌려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오완호(吳完鎬·38) 사무국장의 지적은 아프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유엔은 ‘유엔 인권교육 10개년 행동계획(1994)’에서 국가적으로 체계를 갖춰 인권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권고하면서 특히 경찰관, 판·검사, 교도관 등 인신을 다루는 법 집행 공무원에 대해 인권교육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권교육은 이들에 있어서조차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지검 동부지청의 A검사는 “인권법이라고 따로 배운 적은 없고 다른 검사나 판사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 S경찰서 B경찰관도 “왜 인권보호를 해야 하는지 등 인권교육을 받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의식이 이렇다보니 인권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이 지난 4월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법원이 국제인권조약을 판결의 근거나 기준으로 삼은 사례는 최근 10년간 10여건에 불과했다.
예비법조인을 길러내는 법대와 사법연수원의 인권교육 현실도 참담하다. 국·사립을 막론하고 법대 학부과정에서 인권법 강좌는 거의 전무하다. 서울대 법대 정인섭(鄭印燮·46) 교수는 “선진국 대학 학부과정에는 반드시 인권에 대한 강의가 있지만 국내에는 인권교육이라는 것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며 “몇 번씩 학교에 인권과목 개설을 신청했지만 커리큘럼 수(數) 제한이 있어 기존과목을 빼지 않고는 곤란하다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고 답답해했다. 지난해 사법연수원에서 수강자가 너무 적어 폐강된 ‘국제인권법 연구’를 담당했던 박찬운(朴燦運·38)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유엔 인권위 이사국이기 때문에 법 집행 공무원에 대한 인권교육은 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교까지의 학교교육도 인권교육에 관한 한 사각지대다. 전교조가 4월 한달간 서울 초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인권의식을 조사한 결과 학교에서 ‘인권’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어린이는 9.1%에 불과했다. 인권교육이 정규과목에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朴來群) 사무국장은 “인권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사법기관에 의한 인권침해가 빈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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