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경우 오너(창업주가족)의 능력이 모자라 물러난 것이고, 우리 회장님은 경영능력이 뛰어나서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 등 현대그룹 오너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지난달 31일 이후 재계에서 ‘오너자질론’이 회자되고 있다.
오너자질론을 앞장서 퍼뜨리고 있는 삼성의 경우 현재의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그럴듯하다. 반도체경기 활황으로 전례없는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재무구조가 가장 건실한 그룹이 삼성이다. 하지만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은 승용차 사업을 추진, 그룹에 많은 부담을 안겨줬다. 5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삼성차가 프랑스 르노차에 6,000여억원의 헐값에 팔린게 불과 한달여전이다. 물론 이회장은 여타 재벌 오너들과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영영에 대한 직접개입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회장은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오너가 CEO를 맡고 있는 대기업이 적지 않다.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인 모토로라는 창업자의 손자가 CEO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60여년동안 오너가 CEO를 맡고 있다가 지난해야 비로서 전문경영인체제로 돌아섰다. ‘오너경영체제는 나쁘고 전문경영인체제는 좋다’는 명제는 항상 옳지 않다.
문제는 오너의 경영능력을 평가하고 오너의 전횡을 막을 내부장치가 있는가,또 무능한 오너를 퇴출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가에 있다. 이점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이다. 오너자질론의 한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윤순환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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