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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작가 위화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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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작가 위화 방한

입력
2000.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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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현실확장 역할은 변치 않을 것""글쓰기가 나로 하여금 현실적 인생과 허구적 인생, 두 가지를 함께 살도록 해주어서 너무 행복하다.” ‘허삼관 매혈기(許三觀 賣血記)’로 국내에 알려진 중국 작가 위화(余華·40)가 1일 방한했다.

때맞춰서 그의 단편집 ‘내게는 이름이 없다’와 중편집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푸른숲 발행)도 출간됐다. 작가회의가 주최하는 제6회 세계작가와의 대화에 초청돼 방한한 그는 5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리는 ‘역사, 젊음, 문학, 미래’세미나에 참석한다.

이 세미나에서는 고형렬 김정환 최인석 신현림씨 등 국내 젊은 작가 30여명이 위화와 대화하고 토론한다. 그는 “이번 방한 하루 전까지도 독일에서 10일간 열린 낭독회에 참석하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위화의 소설들은 우선 재미있다. ‘허삼관’도 그렇지만 새로 번역된 ‘내게는 이름이 없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어느 한 구석이 빈듯한, 허술하고 하잘것 없어 보이는 소시민들이다. 장삼이사열전(張三李四列傳)이라 할만한 이야기들이다.

위화는 “그들의 생활이 곧 내 생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스꽝스럽고도 한심한 우리의 인생을 드러낸다.

표제작은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도 모른다고 비웃음거리가 되며 암캐를 마누라로 맞이(?)하게 되는 바보 아닌 바보의 이야기이고, ‘왜 음악이 없는걸까’는 제 친구와 놀아난 마누라의 몰래 카메라를 보면서 왜 황색비디오에는 음악이 나오지 않는걸까 라고 궁금해하는 사내의 이야기다.

중국인 특유의 다소 과장된 표현과 해학이 위화의 문장에는 넘쳐나 웃음을 머금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삶의 보편적인 국면들을 드러내는 그의 솜씨는 결국 책을 덮는 독자들에게 사람살이를 깊이 되돌아보게 만든다.

위화는 “중요한 것은 작가가 진정으로 사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는 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것이 바다라면 그보다 더 넓은 것은 하늘, 그보다 더 넓은 것은 사람의 속마음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도 있지만 나는 내 주인공을 통해 그 사람의 속마음을 드러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그것은 작가의 책임”이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소설은 우리 현실생활의 협소함, 비루함에 날개를 되찾아주어 민족, 국가를 모두 초월한 보다 넓은 공간으로 날아갈 수 있게 한다”며 “이러한 소설의 역할은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름간 머무르며 연세대 성공회대 등에서의 강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될 그는 “광주와 인천을 꼭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는 5·18의 현장이기 때문이지만 인천은 무슨 연유가 있을까. 위화의 말이 걸작이다. “미국이 인천을 통해 상륙해서 중국을 ‘먹어버렸기’ 때문”이라며 그는 웃었다.

■ 위화는 누구?

위화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이른바 ‘혁명문학’이 퇴조한 뒤 나타난 새로운 중국문학 조류의 대표주자다. ‘허삼관 매혈기’는 1996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고 영어 불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등 각국어로 번역돼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줬다.

중국현대사를 소재로 한 그의 두번째 장편소설 ‘살아간다는 것(원제 活着·활착)’은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인생’의 원작이다.

북경에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고교를 졸업하고 5년간 치과의사로일했다.

1983년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가생활을 시작, 삶의 희비극을 드러내는 내용을 왕성한 실험적 기법의 작품들에 담아왔다. 부인 천홍(陳虹·42)도 시인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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