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오너측 대주주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내부자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소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조만간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지금의 혐의만으로도 이는 불미스런 일이다. 최근 현대그룹 파동으로 재벌오너들에 대한 국내외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 마당에 또다른 대재벌의 총수 일가가 시장에 물의를 빚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다.증권거래소측에 따르면 LG그룹의 양대가문인 구씨와 허씨 일가들은 최근 LG전자-LG정보통신의 ‘합병검토’ 공시에 앞서 지난 2월부터 전자 주식을 대량 매집했다. 합병후 전자 주가가 2배이상 뛸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을 감안하면 이들 대주주들은 최소 2,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확보한 셈이다.
그룹측은 물론, 해명 논리를 대고 있다. 그룹의 주력사업 재편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 시세차익을 노린 주식놀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정보 가전분야에 사업역량을 모아온 LG그룹의 최근 행보와 대주주들이 전자 주식을 되팔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당위론과 불가피성을 전적으로 인정하더라도, LG그룹은 여전히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대주주들의 주식매집은 그 의도가 불순했건 아니건 간에 일반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 독점하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합병계획이 없었다면 애당초 주식매집에도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분명 시장의 룰에 어긋나는 행위다. 21세기 선진시장에서는 기업의 관행과 사고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만 살아 남는다는 사실을 아직도 간과하고 있다면 그것이 LG그룹의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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