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한 양국 관계개선 5개항의 내용이 밝혀짐으로써 양국 정상회담 의제 및 논의의 수준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이 5개항의 내용은 특히 양국이 향후 어느 분야에서 어떤 수준의 협력, 공조를 펼지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양측이 합의한 5개항은 경제협력 고위급 인사교류 사전통보제도 유지 지역안정 협력 국제사회에서의 공조 등으로 전반적으로 양국관계 개선의 폭과 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김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스로의 요청으로 방중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북중 양국의 이번 합의가 남북회담에 어떤 영향을 가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와관련, 한국정부도 양국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중시, 이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 내용은 중_북 양측이 실리와 체면을 살리면서 그동안 왜곡돼 왔던 양국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이다.
중국은 북한과 지난 1950년대부터 상대국 내정불간섭, 영토완전존중, 상호 불가침 등 특수 관계를 맺어 왔으나 지난 1992년 한중수교 이후 베이징(北京)과 평양은 불협화음 속에 빠져 왔다.
북한은 특히 반발심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서둘렀고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등거리 외교정책을 구사해 왔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그동안 대만의 핵폐기물 구입시도, 4자회담시 중국 무시, 베이징의 2000년 올림픽유치 비협조 등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황장엽(黃長燁)씨 망명사건에서는 양국간 긴밀하게 유지됐던 중대문제에 대한 사전통보제도가 유명무실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측이 북한과의 그동안 관계가 과거와는 달라졌으나 한반도문제나 경제 지원 등에서 자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17년만에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도 이를 알고 이같은 관계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김정일의 방중은 베트남의 사례와 유사하다”며 “베트남도 미국과 관계개선을 한뒤 수년간 중국을 소원시했지만 결국은 중국 품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반도를 비롯해 아태 지역에서 안정을 위한 협력이나 국제사회에서의 공조가 중국과 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게 중국당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또 최근 미국의 국가미사일 방위(NMD)체제와 전역미사일방어 체제(TMD) 구축 기도,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체제가 힘이 실리는 시점에서 중-러-북의 공조가 절실한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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