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제에 묻혀 주춤했던 금융권 ‘생존게임’이 급류를 탈 조짐이다.우선 예금자 부분보호제도 실시 등을 앞두고 일반 및 기업예금 부문에서 100조원이 넘는 시중 단기자금들이 올 여름부터 본격적인 이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최근 합병 인센티브라는 ‘당근’까지 제시했다.
은행들도 공공연히 합병전략을 공개하거나 합병의사를 타진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서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은행 합병 움직임에 한층 가속도가 붙게 됐다.
■큰 그림은 정해졌다
은행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은행합병에 대한 몇가지 원칙이 나왔다.
첫째는 우량은행간 합병. 김상훈(金商勳)국민은행장은 시중은행장으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빛 조흥 외환 등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과는 합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합병의 시너지효과가 확실해야 하는 만큼 자산건전성을 갖추지 못한 은행과는 동거할 수 없다는 의지였다. 이를 계기로 하향평준화가 우려됐던 우량+부실간 합병설은 자취를 감췄다.
우량은행간 합병의 경우 국민+주택 등 대형 우량은행간 합병설이 무산된 대신, 국민이나 주택은행이 신한 하나 한미 등 중견 우량은행과 짝을 짓거나 중견 우량은행끼리 결합하는 방안이 급부상했다. 시중에서는 주택+한미, 하나+한미, 하나+신한의 가능성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
두번째 원칙은 정부가 여러 차례 언급한대로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금융지주회사의 ‘지붕’ 아래로 모으는 방법이다.
지배주주인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이들 주식을 일괄 이관하기만 하면 그만이므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다.
정부는 이 방안이 자산규모 200조원(한빛 조흥 외환이 합칠 경우) 규모의 세계적 대형은행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절감과 후순위채 매입 등 부실 일괄처리를 통한 클린뱅크화에도 적지않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수가 만만찮다
은행 구조조정에서 꼭 감안해야할 변수는 외국인 주주들의 입장이다.
국민은행(골드만삭스·11.07%), 주택은행(ING그룹·10%)을 비롯해 신한은행(재일교포·29%) 하나은행(알리안츠생명·12.5%), 한미은행(BOA·16.8%) 등 은행합병을 주도해야 할 우량은행들이 모두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아래 놓여있다.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통합 방안도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코메르츠의 수용여부가 관건이다.
인적인 요소의 갈등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중견 우량은행의 한 임원은 “정서나 기업 문화가 다른 은행과 합칠 경우 경우 조직원간 마찰로 시너지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합병 결정을 놓고 일전을 불사할 것으로 보이는 노조를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풀기 힘든 과제로 남아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