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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정많은 한국인 응급환자엔 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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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정많은 한국인 응급환자엔 무심

입력
2000.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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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0일 일요일, 국철 1호선 한남역. 나는 아내와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맞은 편에는 객차가 없는 1량짜리 전차가 승객들이 있는 플랫폼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거기서 갑자기 사람 한 명이 땅에 떨어졌다. 그 사람은 구르는 와중에도 레일 밑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결국은 한쪽 다리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더 끔찍했던 것은 양쪽 플랫폼에 100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몇몇 사람은 사고가 난 쪽으로 다가갔지만 그들은 구경하러 갔던 것이다. 주변에는 도움을 청하려고 서두르는 사람도, 공포도 없었다. 한동안 기절한 듯이 땅에 누워있던 부상자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음을 눈치채고 어쩔 수 없이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 앉았다. 조금후에 달려온 철도안전요원은 사고때 앞으로 떨어진 부상자의 신발 한 쪽을 주워왔다. 그러나 그도 지혈을 하기 위해 솜을 대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내와 나는 한국말도 잘 모르고 외국에서 이런 사고를 처음 보기 때문에 그사람을 도와줘야 할지,그냥 지나쳐야 할지를 무척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 전철이 왔고, 우리는 플랫폼에서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멀어졌다. 나는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양심에 걸려 편안하지가 않다.

몇주 전에는 우리 집 앞에 있는 도로에서 또 다른 사고를 목격했다. 건널목을 건너는 보행자를 자동차가 친 것이다. 그다지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바로 옆을 지나가는 사람은 보행자의 다리가 차 밑에 끼었는데도 휴대전화로 어딘가 도움만 요청하고 있었다. 사고를 낸 운전사는 차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뒤에 오던 차가 길을 내달라고 무심하게 경적만 울렸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 온 이후로 나는 아는 사람들 뿐 아니라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국사람들의 이런 다정함과 대접하기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나는 항상 기뻤고, 한국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하루는 전철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5분 동안 세명의 한국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필요한 지를 물었던 적도 있다. 이렇게 정 많고 따뜻한 사람들이 사고로 부상당한 사람을 선뜻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인들은 아는 사람에게만 친절하고 그렇지 않은 다른사람에게는 무관심한건가. 부디 이건 내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셀축 촐락오울루·한국 외국어대 터키어과교수·터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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