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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재벌체제](4) 정부. 채권단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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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재벌체제](4) 정부. 채권단 과제

입력
2000.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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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경영'차단위해 기관투자가 바로서야현대그룹은 정권과 싸워본 경험이 있는 ‘터프한’ 재벌이다. 문민정부 시절 여신동결에 세무조사, 오너 사법처리까지 정권의 총공세도 거뜬히 버텨냈던 현대지만 이번엔 스스로 황제와 황태자의 폐위결정을 내리며 완전 백기를 들고 말았다.

정부의 압박강도는 과거보다 크지 않았지만 투명한 지배·경영구조를 요구하는 시장의 힘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 3차 시장혁명을 기대하기엔 우리의 시장은 아직 미숙하고 불완전하다. ‘시장을 통한 재벌개혁’을 위해선 시장 자체의 개혁이 절실하다. 그리고 시장을 시장답게 만드는 일은 정부의 몫일 수 밖에 없다.

민주적 지배구조를 위해 시급한 시장개혁과제는 ‘기관투자가 바로잡기’다. 소액주주 결집에 현실적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기관투자가(연기금 보험 투신등)야말로 오너의 수렴청정 경영이나 전문경영인들의 ‘신(新)황제경영’을 막을 유일한 제동장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영기(李英琪)박사는 “투자자 이익보호가 유일한 목표인 기관투자가야말로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데 가장 적합하다”며 “외국처럼 기관투자가가 사외이사로서 투자기업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은 인정되지만 ‘침묵’관행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토양 자체가 왜곡된 탓이다.

우선, 정부_기관의 유착구조다. 주가하락 때면 으레 부양(순매수우위)의 도구로 동원되던 관치관행은 크게 사라졌지만 기관들은 여전히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물타기 단타거래 시세조작 등 기관이 오히려 시장질서를 앞장서 깨뜨리는데도 당국의 제재는 솜방망이나 다름없다.

근본적 왜곡은 기관 자체의 태생적 한계, 즉 재벌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데 있다. 대부분 재벌의 자회사인 보험사나 투신사가 재벌의 황제경영을 견제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참여연대 김상조(金尙祚·한성대)교수는 “재벌의 금융지배 차단없이는 재벌문제는 풀 수 없다”며 “현대사태도 금융계열사 분리등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활성화도 시장을 통한 재벌개혁의 필수코스다. 투명하지 않아도, 주주이익을 외면해도 경영권은 언제나 안전한 현 시장분위기하에선 총수의 독주를 막을 수는 없다.

이헌재(李憲宰) 재경부장관도 “기업구조개혁의 최종과제는 적대적 M&A시장의 활성화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필요한 조치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금융기관 역시 언제까지나 정부의 ‘대리인’에 머물수는 없다. 거래기업의 지배구조를 관찰하는 것은 채권회수의 안전성 확보차원에서 정당한 일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투명한 기업에는 금리등 인센티브를, 투명하지 않은 기업에는 불이익을 줌으로써 채권금융기관이 기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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