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부총재 박근혜의원지난달 31일 있었던 한나라당 총재, 부총재 경선에서 ‘이변’이 있었다. 최다득표를 얻어 ‘총재 못 잖은 부총재’가 될 것이라던 박근혜의원이 2위로 뽑힌 것이다.
1위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했던 인터뷰도 맥이 빠질 판이었다. 그러나 어떠랴, 전 대통령의 딸이자, 재선에 성공한데다, 2등이긴 하지만 경선에 의해 거대 야당의 부총재로 선출된 정치인 박근혜는 앞으로도 이런 저런 주목을 받을 것이 분명한데.
"흑색선전에 부총재 경선 1위 놓쳐"
_1위로 부총재가 될 것이라더니 2위가 됐다. 어쩐 일인가.
“흑색선전 때문이다. 신문에 내가 1등을 할 것이라느니, 2등과 몇 표 차이가 나느냐가 관심이라느니 하는 기사가 나오니까 경선 한 3일 전 부터 견제가 들어왔다.
‘박근혜가 표를 많이 얻어 1등으로 부총재가 되면 다음 대선 후보 경선에 나올 것이고, 나오면 떨어질게 당연한데 떨어지면 탈당을 할 것이다.
박근혜가 탈당하면 한나라당 당력이 분산돼 대선에서 질 것이니 아예 표를 많이 안주는 게 당을 위해 좋다….’ 뭐 대강 이런 소설이 나돌더니 결과가 그렇게 됐다. 어쨌든 ‘투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_어느 쪽에서 그런 소문을 퍼뜨렸나. 왜 그런 견제를 했다고 보나.
“그걸 꼭 말을 해야 알 수 있나?”
_말 나온 김에 미리 물어보는데 대선과 관련해 소문이 자꾸 나돈다. 박의원을 만나러 간다니까 정치부 기자들도 ‘다음 대통령될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이야기를 잘 들어보라’고 그러더라.
“그런 말을 하니까 내가 경선에서 견제를 받았지. 나는 부총재가 된 이상 당이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수권정당이 되도록 열심히 일하고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할 뿐이지 2년반 남은 시점에서 지금 그런걸 말할 계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_지금은 말할 계제가 아니다는 말은 기회가 오면 나설 뜻은 있다는 걸로 듣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는 어떤 자리를 가겠다는 생각하고 정치를 하지 않는다. 정치 입문후 유세지원이다 뭐다 해서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
고달프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이렇게 하는게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라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하루 3시간만 자면서 돌아다녔다.”
“정치라는 건 모르는 것이기는 하지만…. 우선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전번 총선에 50% 정도밖에 투표를 안했다.
국민들이 정치에 이렇게 냉담한 실정에서 앞으로 남은 2년 반안에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이 되는게 중요하지 않나. 나머지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이총재, 다양한 의견 수렴해야"
_이회창총재에 대해 비판을 자주 하는데 이총재의 리더십을 어떻게 보나.
“부총재로서 나는 내 감정으로만 발언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나는 우리 당이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떻게 해야 국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서 말을 한 건데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나의 적이다고 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
그런 말도 하지 말라면 왜 부총재를 하나. 그 힘든 선거를 치루는 것도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 아닌가. 건전한 비판은 받아들여야 당이 활력을 찾고 내부로 곪지 않는 것 아니냐.
이총재에게는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화합단결을 유도, 수권정당이 되도록 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_DJ, YS, JP를 어떻게 보나.
“세 사람에 대해 각각 평가를 내리는 건 역사가 할 몫이고 내가 보기엔 세사람 모두 정치적으로 성공한 것 같지 않다. 모두 처음엔 국민의 지지를 크게 받았지만 그게 끝까지 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고 국민들도 세 사람에 대해 ‘아, 저런 사람들이구나’고 생각하지 않느냐.
_옷(감색 투피스에 흰색 칼러)이 참 잘 어울린다. 아니 우아하다는 말이 더 좋겠다. 박의원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육영수여사 생각을 안 할 수 없겠다. 한복은 안 입나. 미색 한복 같은 거?
“옷이 어울린다니 고맙다. 한복을 입을 일이 있으면 입지만 요즘은 입을 일이 별로 없다. 활동적이지도 않고.”
_정치인으로 비교적 쉽게 성공한 건 부모의 후광 때문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 않나. 부모가 아니었으면 정치인이 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지난해 아버지 20주기때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버지에 대한 재평가 가 이뤄졌다. 세종대왕 다음으로 위대한 인물로 봅은 곳도 있다.
아버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이렇게 긍정적인 이상 내가 음덕을 입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고통이 많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쏟아지는 매도와 비판을 참고 견뎌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길었다. 아무도 아버지를 추모하고 기념사업 같은 것을 추진하지 않아서 내가 나서야 했다. 어쩌면 나의 그런 행동이 아버지에 대한 재평가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요즘은 그때의 고통이 내 정치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인생공부였다는 말이다. 부모님 후광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누구도 자신의 노력없이 부모의 힘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부모님 이미지 버린다고 버려지나"
_부모님의 이미지가 앞으로도 박의원을 따라 다니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부모님의 이미지를 버린다고 버려지나, 또 갖고 싶다고 해서 가져지나. 그렇게 잘라서 말할 성질은 아니다. 두 분 것을 가지고 내가 무엇을 새로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 내가 나의 역량을 모아서 나라에 기여하면 되는 것 아닌가.
_아버지로부터 배운 것 중 가장 소중한 게 무언가.
“사심이 없었다는 것, 모든 걸 바쳐서 국가에 대한 비젼 가지고 일하셨다는게 가장 큰 교훈이다.”
_어머니로부터 배운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일일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하나만 말한다면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애쓰셨다는 것이다. 정말 깊이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_친구가 많은가.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은 별로 없다. 학교 졸업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뒤부터 공인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일에 밀려 외로움을 느낄 시간도 없다.”
"운동권 출신과 힘모아야 할 때"
_아버지의 정치 이념을 2000년대 정치에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버지가 지금 시대에 정치를 맡았다면 또 다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정치란 그 때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당시는 안보와 개발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정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 아버지가 정치를 하신다면 현재의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 했을 것이다.
시장경제원리가 지금 사회의 패러다임이라면 거기에 맞게 나라살림을 꾸려나가셨을 거라는 말이다.”
_아버지에 대한 비판을 한다면 무엇이 되나.
“어느 시대, 어느 누구도 100%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시대를 평가할 때는 어떤 상황이 었나를 먼저 보아야 할 것이다. 아버지에 대해서도 뭔가는 부정할 것이 있다고 본다.”
_박의원은 아직도 ‘영부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예를 들어서 이야기 해달라. 내가 어떻게 하고 있다는 거냐. 증거없이 그런 이야기하는 건 선입견이다. 내가 어머니하고 닮았다는 이야기 때문이냐.
하긴 벌써 내가 어머니 돌아가신 때 나이(49세)가 됐다.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머니가 그때 하신 일과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다르다. 영부인의 활동과 의정활동은 다르다.”
_지난 총선에서 이른바 젊은 피, 운동권 출신이 원내에 많이 들어왔다. 그들 대부분은 박대통령과 그를 이은 군출신 대통령들의 정치스타일에 비판적이고 그 체제와 싸워온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민주화운동하는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의 안목이 변했다는 말을 하는 걸 자주 듣는다. 아버지가 산업화를 위해 노력한 것이나 그들이 민주화운동을 한 것이나 모두 나라를 위한 것이다.
이제는 정치권에 들어왔으니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같이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현정부들어 지역감정 더 악화"
_당신이 보는 지역감정 해소책은.
“이 정부 들어와서 지역감정이나 동서화합에 대한 말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아졌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지역감정의 골이 어느 때보다 더 깊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정부의 지역감정 해소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이다. 이제는 지역감정이니 뭐니 그런 말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마음으로부터 동서가 하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인사정책이나 예산배정 등 모든 것을 제대로 해나가면 국민이 그런 노력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감정이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_지역감정의 골이 깊어진 게 현 정부와 여권의 책임이라는 뜻인가.
“표를 얻기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긴 정치권 전체에 책임이 있지만 인사권이나 예산을 쥐고 있는 여권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힘이 있는 사람이 노력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_결혼은 왜 안했나. 앞으로도 안할 것인가.
“일부러 독신주의를 지켜온 건 아니다. 살다보니 이렇게 됐다. 이제는 혼자 사는게 나에게 맞는 생활스타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에 들어오니까 사적인 시간을 낼 수도 없다. 점점 결혼에 대한 생각이 멀어지더니 이제는 결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_동생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잘 지내고 있다. 지난 선거때는 동생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남동생도 아직 독신인데 인연이 있으면 결혼을 해서 대를 이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약력
서강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4)
걸스카웃 명예총재 (1974)
사단법인 새마음 봉사단 총재 (1978)
사회복지법인 경로복지원 이사장 (1979)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1993-현재)
수필집 ‘내마음의 여정’ 출간 (1993)
문인협회 회원 (1994)
15대 국회 대구 달성군 보선 당선(한나라당) (1998.4)
한나라당 부총재 (1998.11-현재)
16대 국회 재선 (2000.4)
편집국 부국장 soong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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