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연인들미국 출신인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인도 출신의 제작자 이스마엘 머천트와 시나리오 작가 루프 프라워 자발라와 손을 잡고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한 영국풍의 우아한 시대극을 많이 만들었다.
국내에는 ‘전망 좋은 방’으로 이름을 알린 뒤 ‘하워즈 엔드’ ‘남아있는 나날’이 연이어 공개됐다.
그외 비디오 출시작으로는 두세대에 걸친 서양 여성의 인도 체험기인 ‘인도에서 생긴 일’, 뉴욕의 젊은 예술가들을 그린 ‘장미빛 모자’, 1930년대 미국 중상층 가정 이야기인 ‘브리지 부부’, 피카소의 여성 편력기 ‘피카소’가 있다.
1995년 작인 ‘대통령의 연인들 (Jefferson in Paris)’(12세 관람 가, 스타맥스)도 위의 두 콤비와 함께 한 것이다.
대통령의 외도를 연상시키는 우리말 제목이 붙었지만, 실제 내용은 토머스 제퍼슨이 미국의 3대 대통령이 되기 전, 프랑스 대사로 부임했을 당시를 그린 것이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뜨와네뜨가 혁명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자멸해가는 시대 상황을 충실히 기록하면서 새로운 국가 건설의 이념을 배우는 공적인 생활이 한 축이 되고, 아내를 잃은 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준 딸, 연인, 그리고 하녀와의 관계를 묘사하는 사생활이 또 한 축이 된다.
아내가 죽자 주고받은 편지를 모두 불태웠다고 말하는 제퍼슨(닉 놀티).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 사랑을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었고, 공유하기는 더욱 싫었다고 고백한다.
아내 앞에서 절대 재혼하지 않겠노라 맹세했던 제퍼슨은 파리에서 영국 화가의 아내 마리아 코스웨이(그레타 스카치)와 사랑에 빠진다. 어머니 자리를 대신하리라 결심했던 장녀 마르타(기네스 팰트로우)는 이런 아버지에게 실망한다. 거기다 제퍼슨은 15세밖에 되지 않은 흑인 하녀 샐리(탄
디르 뉴톤)를 임신시키는데, 샐리는 죽은 아내와는 어머니가 다른 자매지간이다.
몇달 전 제퍼슨의 백인 후손이 흑인 후손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만남을 가졌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대통령…’은 이를 4년 전에 정확하게 영화로 밝혀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퍼슨이 노예 문제, 즉 인권을 어떻게 생각했는가 하는 것을 내비치는데 이는 프랑스 혁명을 관찰하며 미국의 국가 이념을 다져가던 공인으로서의 자세와는 다소 상치되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채색되어 흥미롭다.
그 외 건축, 발명, 농업 등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인 제퍼슨의 중년기를 상상해볼 수 있다.
◆감상 포인트/프랑스 혁명과 제퍼슨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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