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트리트(Main Street)의 악재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의 호재.”미 뉴욕증시는 지난 2일 이런 변덕스러움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투자자들이 실업률이 상승했다는 발표직후 ‘사자’주문을 쏟아내면서 나스닥 지수가 6.44%,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는 1.34% 각각 오른 것이다. 나스닥의 주간 상승률은 19%로 1971년 시장 개설이래 최대치였다. 유럽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실업률 상승은 분명 근로자들에게는 악재다. 5월중 미 실업률은 센서스 조사요원 35만7,000명이 임시 채용됐는데도 불구하고 4.1%로 전달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시간당 임금도 96년 2월이후 가장 낮은 0.1% 상승에 그쳤다. 중국에 대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 부여에 강력히 반대했던 섬유·의류 분야에서만 1만2,000명이 일자리를 잃어 고용불안감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하지만 이런 실업률 통계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을 유도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증거로 금융시장에선 단기 호재로 해석됐다. 앞서 발표된 4월중 신규주택 판매 감소, 경기선행지수의 하락, 5월 구매관리지수 13개월만에 최저치 등과 함께 경기 감속(減速), 곧 연(軟)착륙의 신호를 좀 더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에 따라 FRB가 오는 2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주식을 사들였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이 49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달 금리인상을 예상했던 25명을 생각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신은 FRB의 금리 인상조치가 실물경제에 반영되는데 통상 6개월이 걸린다며 그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FRB는 여전히 신중한 편이다. FOMC 위원인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로버트 패리 총재는 “경제지표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조로 정착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리치먼드 연준의 알프레드 브로더스 총재도 “수요 증가세가 꺾였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연착륙에 고무된 증시 과열은 ‘부의 효과’를 통해 소비·투자를 늘려 금리인상을 재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증시의 상승세를 낙관하기 이른 셈이다.
한편 세계는 미 경제의 연착륙 조짐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 경제가 급락할 경우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유럽 대륙이 미국을 따라 잡을 계기”라는 3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처럼 미 경제의 독주가 멈추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사상 최장기 호황의 끝에 선 미 경제를 바라 보는 시각은 ‘월가’ 투자자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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