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 계획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지난달 말 한반도 동해에서는 출몰한 중국 첩보선을 놓고 중국-일본간 쫓고 쫓기는 해상 추격전이 숨가쁘게 전개됐다.지난달 14일 쓰시마(對馬)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중국 첩보선은 일주일간 일본 남쪽 규슈(九州) 해상에 머물다 21일 북서쪽 일본 열도로 항로를 급선회, 일본해상보안청(JCG)을 초긴장상태로 몰아넣었다. 37㎜함포와 각종 첩보기기로 무장한 중국 첩보선에 대해 일본은 하푼 미사일, 대(對) 잠수함 헬리콥터로 무장한 하쓰유키급 구축함으로 대응했다. 23일 밤 일본 본토와 홋카이도(北海道)를 잇는 쓰가루(津輕) 해협까지 북상한 첩보선이 JCG의 삼엄한 경계속에 해협을 관통, 다음날 유유히 태평양으로 빠져나오면서 10일간에 걸친 긴박했던 일-중 해상전은 종료됐다.
중국 첩보선의 항로가 일본 영해를 침범한 것은 아니지만, 쓰가루 해협을 관통한 것은 처음 있는 일. 일본 방위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매년 동해상에서 1-2건 보고됐던 중국 군함 출몰 횟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7건으로 급증했고, 군함수도 31척에 달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일본 영해 부근에 산재해 있는 중국 군함이 부쩍 늘어난 이같은 동향을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을 극동에서 해군력을 증강시켜 온 양국의 피할 수 없는 상징적인 ‘충돌’로 설명했다. 또 중국측이 쓰가루 해협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일본의 대응양식과 해상전쟁 수행능력을 탐지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해상작전 개념을 지금까지의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확대한 중국 인민해방해군(PLAN)이 새 군사독트린에 기초한 다양한 해상작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전수방위 개념에서 탈피, 최근 해상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말라카 해협까지 확대한 일본 역시 해상 주도권 확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과 해상자위대의 작전권을 일원화하고, 괴선박 무장해제를 위한 3개의 특수부대를 창설한 것 등은 해상작전에 대한 일본의 달라진 시각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지난 4월 양국 국방장관의 상호방문을 도출해 내면서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했던 양국 군사 당국이 이번 해상권 마찰을 어떻게 풀어갈 지 관심거리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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