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합동조사단이 1일 매향리 사격장 피해에 대한 실사결과 폭탄투하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피해를 주장하는 주민들과 심각한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주민들은 조사결과의 수용을 거부하는 것과 함께 조만간 사격장을 점거, 몸으로 훈련을 막겠다고 예고했다. 주민들은 또 사격장이 폐쇄될 때 까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다.결론부터 말하면 매향리 문제로 인해 한미 양국의 전통적 우의가 손상돼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양국 정부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현재 사격장과 근접해 진동·소음피해가 극심한 매향 1,5리 전체주민의 87%가 집단이주 의사를 밝히고 있고, 13%만이 잔류를 희망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한미연합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사격장의 존재가 불가피하다면 우선 이주를 거부하는 13% 주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매향 2,3리나 석천리 주민들에게도 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 피해구제가 돼야 할 줄 안다. 우리는 쌍방이 역지사지 자세로 한걸음씩 물러서서 원만한 타협을 이루기를 바란다. 유사시를 대비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반복하지 않을 수 없는 군의 특성도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
며칠후면 사상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논의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때에 우리사회 일각에서 주한미군의 지위변경에 관한 사려깊지 못한 얘기가 무책임하게 돌출한다면, 적이 걱정스러운 일이다. 매향리 문제만 해도 이것이 마치 한미관계의 전부인양 침소봉대되는 현상은 결코 양국에 이롭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합동조사가 너무 일방적이고 성급하게 결론을 도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십년간 폭탄투하로 인한 소음·진동 등에 시달려 온 주민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한 조사결과는 주변 정황만으로도 승복하기 어렵다. 폭탄투하 때의 폭음과 진동으로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에 금이 갔다는 주장에 대해 미군교범에 따른 계산법을 내세워 반박하고 있는데, 여기엔 신뢰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조사결과대로라면 깨진 유리창이나 갈라진 건물벽은 주민들이 자해행위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나 미군당국은 보다 진지하게, 납득할 수 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이 문제로 더이상 양국이 대립의 날을 세우는 것은 양국의 앞날을 위해서도 이롭지 않다. 타협을 서두를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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