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형제의 베트남 어린이 얼굴기형수술이 1,000회를 넘어섰다.1996년부터 베트남 어린이의 얼굴수술을 해온 ‘세민얼굴기형돕기회(대표 백세민·58·인제대 명예교수)’는 지난 달 21-31일 베트남을 다녀왔다.
인제대 의사 간호사 15명으로 구성된 돕기회 회원들은 10일동안 200명을 수술, 1,007번째 어린이까지 고쳐주었다. 수술단을 이끈 백롱민(43) 인제대 교수는 백대표의 동생. 둘 다 얼굴기형의 전문가인 성형외과의사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는 1989년 백세민씨가 형편이 어려운 우리나라 어린이의 얼굴 수술을 무료로 해주기 위해 만들었다.
매년 100여명을 수술해 11년째인 현재 국내서도 1,000여명이 ‘예쁜’ 얼굴을 찾았다. 95년 한 모임에서 형 백씨와 만난 주한베트남대사가 “베트남에도 와주었으면 좋겠다” 는 의사를 밝혀 인연이 시작됐다. 동생 백교수는 90년 형이 있던 과에 박사후연구생으로 부임하면서 이 단체 활동도 함께 하게됐다.
베트남 어린이 얼굴기형의 80% 이상은 ‘언청이’라고 불리는 구순열, 구개열. 활동 첫 해에는 수술중 한 어린이의 심장이 멈춰버려 심장마사지로 살려낸 적도 있다.
백롱민교수는 “얼굴수술에 꼭 필요한 심전도기 산소분압기 등이 베트남에 당연히 있을 거라 여겨 안 갖고 갔던 것이 잘못이었다”며 “다음 해부터는 검사기기와 수술도구를 모두 갖고 가 아예 병원에 기증하고 온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 덕택에 베트남인의 한국 이미지는 아주 좋다. 98년부터 ‘돕기회’ 활동에 관심을 보여온 응웬티빙 부통령은 귀국 전날인 30일에도 이들을 만나 고마움을 표했다.
백낙환 주베트남대사도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에서 주겠다는 훈장도 마다했다. 동생 백교수는 “의사로서 어린이의 얼굴을 되찾아주는 게 좋을 뿐 훈장까지 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형 백씨는 98년 혈압으로 쓰러져 아쉽게도 96년 수술을 마지막으로 3년간 베트남을 찾지 못했다. 최근에 많이 회복돼 생활에는 문제가 없으나 강행군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동생 백교수는 “형님이 털고 일어나시면 함께 베트남을 찾아 민간사절의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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