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과 레이건은 닮은 꼴인가’.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포르투갈을 찾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여러면에서 레이건 당시 상황과 흡사해 흥미를 끈다.
포르투갈을 필두로 한 클린턴의 이번 유럽순방처럼 레이건도 ‘스타워즈’로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과 양 대륙간 무역분쟁으로 유럽측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컬하게도 스타워즈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 국가미사일방위(NMD) 체제, 무역마찰 등 똑같은 문제가 클린턴의 양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분쟁품목과 미사일 방위체제 명칭, 대통령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현지 언론과 소식통들은 클린턴이 안고 있는 이런 고민들이 레이건이 실패한 것과 같은 길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한 신문은 클린턴의 딜레마를 레이건의 스타워즈에 비유하면서, “새 미사일 방위체제가 유럽은 물론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를 전달하는데 클린턴이 전력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설득작업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반쪽’ 대통령이란 점이 레이건보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엄청난 반미시위가 벌어졌던 레이건 때와 달리 클린턴의 이번 순방은 비교적 말썽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 그러나 이나마 현지에서는 ‘떠나는 대통령’에 대한 무관심의 표현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클린턴이 포르투갈을 방문한 지난달 30일 15년만에 온 귀한 손님임에도 불구, 수도 리스본의 도심에는 클린턴을 보러 나온 인파가 거의 없었다는 게 현지 보도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1일 “600억달러가 투입되는 NMD 계획을 정당화할 어떤 긴급성이나 중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강도높게 주문했다. 비용문제로 도중하차했던 스타워즈처럼 NMD 역시 엄청난 재정부담, 안팎의 비난여론에 굴복해 ‘미완의 구상’으로 끝날 지 관심거리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