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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재벌체제](3) 시장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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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재벌체제](3) 시장의 반란

입력
200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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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개혁 감시자 '大馬不死' 환상깨야‘권력은 시장에서 나온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현대사태가 현대 3부자 동반퇴진선언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경제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시장의 혁명’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시장의 도도한 힘이 재벌의 상징적 존재처럼 여겨졌던 ‘현대왕국’의 철옹성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다.

경제권력의 뿌리가 바뀌었다. 시장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시대다. 과거 개발경제에서 정경유착과 족벌경영을 통해 공룡처럼 성장하던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은 이제 ‘화석’이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세계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던 김우중 대우그룹 전회장의 전격적인 퇴장을 강요한 것도 바로 시장의 힘이었다. 이외에도 동아 거평 한일 등 수많은 재벌들의 퇴출과정을 통해 시장은 더 이상 대마불사의 신화나 확장경영의 환상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한국금융연구원 최흥식 부원장은 “자본시장이 발달할수록 시장의 힘을 무서워하지 않는 기업은 앞으로 더욱 더 서 있을 땅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돈(자금)의 수급을 맞춰주는 장소다. 돈의 가치가 좋은 곳에 돈이 흘러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생리다. 냉혹한 경제논리만이 통한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다수의 투자자들이다. 경제의 큰 변화를 좇지 못하고 수익도 내지 못하는 기업에 돈을 맡길 투자자는 드물다. 이런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

곧바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이는 유동성 위기로 직결된다. 현대사태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현대사태는 세계적 흐름과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채 ‘왕자의 난’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황제경영의 구태를 보였던 현대에 대한 시장의 반란이었다.

재벌체제는 시장의 심판대 위에 놓여져 있다. 시장은 더 이상 오너체제의 비효율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와 디지털경제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어떤 재벌도 이같은 시장의 요구에 등을 돌릴수가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시장의 힘이 막강해진만큼 시장이 투명하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참여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이 우선이다. 서강대 김광두 교수는 “기업의 경영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시장이 기업가치를 올바르게 판단, 돈이 잘못된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도 급선무다. 금융거래의 주역들이 부실하다면 시장의 심판기능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 신용평가기관과 금융기관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취약성을 금융산업의 낙후성에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속하고 과감한 2차 금융구조조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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