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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왕자의 난' 일단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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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왕자의 난' 일단소강

입력
200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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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일로로 치닫던 현대 오너간 내분은 그룹측이 일방적으로 ‘외면’을 선언함에 따라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으로 정몽구(MK) 정몽헌(MH)진영의 ‘불신의 골’은 복구 불능 상태까기 깊게 패였다.현대차는 계열분리되더라도 계동 현대사옥 15개층 가운데 6개층을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대그룹과의 관계는 삼성, LG등 경쟁회사보다도 먼 ‘앙숙’이 될 것으로 보인다.

MK측은 이번 정주영 명예회장의 ‘3부자 동반퇴진’방침을 자동차까지 장악하려는 MH측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규정, “MK가 회장직에서 사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MK측은 심지어 ‘명예회장의 친필서명도 가짜”라고 말한다.

반면 MH측은 MK측의 항명을‘패륜’으로 단정짓고 ‘시장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는 당초 이달말로 예정했던 계열분리 시점을 앞당겨 내주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키로 해 이제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는 정부가 굳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법적 단절은 물론, 인적 단절 작업까지 이뤄지게 됐다.

■양측 CEO집단간 견제는 지속될 듯

2차례에 걸친 현대 내분은 양측 전문경영인들이 각각 주군을 정점으로 집단으로 뭉쳐 벌인 치열한 두뇌전쟁이기도 했다.

MH측 참모진은 이진호 고려산업개발 회장,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 MK측 참모진은 박세용 인천제철 회장, 유인균 현대강관 회장, 이계안 현대차사장 김수중 기아차사장 등이다.

MH측은 “올 3월 MK측이 정명예회장에게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음해하는 말로 경질을 건의한 다음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그룹 장악을 시도했다”며 “이 사건 이후 현대그룹의 신용도가 급락, 현대투신과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로 번졌으므로 모든 책임을 MK측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MK측은 그룹 “구조조정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정명예회장의 그룹 지분을 정리해 현대차 지분을 9% 매입키로 한 것은 MH측 인사들이 자동차까지 먹겠다고 획책한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명예회장의 3부자 퇴진 발표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현대그룹측은 “정몽구회장은 명예회장의 설득이 진심인 것을 확인하고 퇴진하려 했으나 그를 둘러싼 측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명예회장, 정몽헌회장과 달리 정몽구회장의 개인 입장이 발표되지 않는 것은 이들이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차 왕자의 난’가능성은?

현대 주변에서는 일단 현재 상태로 사태가 봉합될 것으로 전망한다. 확전이 가져올 파멸적 결과를 양측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명예회장측이 세력을 규합해 임시주총을 소집하고 MK측이 끝까지 저항할 경우, 또 명예회장의 유산(현대차 지분 6.9%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3차 왕자의 난’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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