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항명파동’이 수그러들지 아니면 ‘제2차 왕자의 난’으로 번질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정몽헌 현대회장 공식사퇴, 정몽구 현대차회장 회장직 고수 등이 잇따라 발표된 1일 계동 현대본사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몽헌 현대회장은 이날 오전 친필서명이 담긴 A4 용지 한장분량의 발표문을 통해 현대아산 이외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선언했다.
정회장은 이영일 PR사업본부장을 통해 공개한 발표문에서 “각 기업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따라 현대건설 대표이사, 현대전자산업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직을 사직하고 남북경협 관련 사업(현대아산)에만 전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본부장은 정몽구회장측의 반발과 관련,“어제(31일) 3부자와 전문경영인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정몽구회장이 분명히 공동퇴진을 받아들였다”며 “현명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정몽구회장은 현대차와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책임 전문경영인으로서 현대차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사회는 “현대 구조조정위원회가 보내온 ‘경영일선 사임의 건’공문은 관계 법령과 회사 정관의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법적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회장은 “시급한 자동차부문 계열분리와 해외 유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이사회와 경영진의 평가를 받겠다”며 “실패한 전문경영인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회장은 정명예회장이 지적한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해 자신이 전문경영인이며 따라서 경영성과에 의한 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몽헌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정명예회장의 뜻을 따라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계안 현대차사장, 이충구 현대차 R&D담당사장, 김광년 변호사 등 8명의 이사(사외이사 포함) 가운데 6명이 참석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추후 취소는 했으나 “정몽구회장이 전문경영인이고 내부 합의가 있었다면 경영 계속도 무방하다”고 한 발언도 이사회 결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룹 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어느 회사 이사회도 퇴임하지 않은 경영진을 재신임한다는 결의는 하지 않으며 정관에 위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 최악의 사태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