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감독 루이스 모나우)는 히치콕 감독의 명작 ‘새’(1963년)를 연상시킨다. 36년의 세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는 너무나 닮아있다. 작은 개체지만 그것이 집단을 이룰 때 갖는 힘과 무서움. 특수효과와 카메라 움직임으로 빚어낸 그 현장까지 비슷하다. ‘박쥐’ 역시 매력적인 남녀의 연애 줄다리기로 시작한다.그러나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도 있다. ‘새’는 논리가 아니다. 온순하던 새들이 왜 갑자기 인간을 공격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그런 상황에서 인간들의 묘사로 공포심을 최대한 자극하고 표현하려 했다. 반면 ‘박쥐’는 근거가 분명하다. 할리우드 대부분의 자연 재앙영화가 그렇듯 ‘박쥐’역시 “과학이 모든 것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인간들의 그릇된 신념과 오만의 결과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안 여우비행 박쥐는 ‘에일리언’처럼 영악하고 흉칙한 숙주가 됐고, 다른 온순한 박쥐들도 살인병기로 변했다. 영화 역시 첨단 테크놀로지(컴퓨터그래픽)은 그런 그들의 모습과 행동을 세밀하게 잡아낸다.
그렇다고 이런 문명 비판적이고, 과학적인 공포영화가 더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공포영화는 심리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쥐’는 분명 ‘새’보다 시각효과가 정교하고 커졌지만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구성과 묘사에는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여성 동물학자 쉴라(디나 메이어)와 시골 보안관 킴제이(루이 다이아몬드 필립)가 박쥐의 생태를 이용해 냉각기로 전멸시킬 때까지 느낌은 스릴러라기 보다 액션에 가깝다. 관객의 심리를 절묘하게 얽어낸 감독의 작품과 테크놀로지에 의존한 시각 효과만 중시한 작품의 차이일 것이다. 3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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