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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양다리' 중국 외교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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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양다리' 중국 외교술

입력
2000.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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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중국을 극비 방문한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우리 외교 당국은 총력을 다해 중국 외교부에 매달렸다. 김정일 방중설에 대한 중국 당국의 확인을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10일전부터 국경도시 단둥(丹東)지역에서 일고 있는 이상기류를 주목해 온 현지 대사관 직원들은 29일 오전 단둥역에 도착한 특별열차에 북한 고위인사가 탔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했으나 그가 김정일인지는 오리무중인 상황이었다.1 대 1 접촉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애걸’작전에도 중국 관리들은 “모른다”“확인할 수 없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아니다”라고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김정일 방중에 대한 심증을 굳혔을 뿐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올려진 최종 보고서의 결론도‘방중 100% 확실’은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우리 외교 당국의 정보력 부재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우리와의 비밀사항을 북한에 알리면 안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라는 당국자의 항변은 설득력있게 들린다. 하지만 중국의 태도에서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전근대적이라며 스스로 비판해 온 비밀외교 행태를 국익을 위해 기꺼이 수용하는 냉정함, 남한과 북한을 각각의 끈에 매달고 필요에 따라 흔드는 ‘더블 플레이’ 가능성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중국은 1992년 수교이래 우리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해 말 우리에게 한마디 귀띔없이 탈북자 7명을 북한에 돌려보냈 듯이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외교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김승일 정치부차장대우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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