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케이지-안젤리나 졸리7월 1일 개봉할 ‘식스티 세컨즈(Gone In Sixty Seconds)’의 두 주인공인 니컬러스 케이지와 안젤리나 졸리. 니컬러스 케이지는 프랜시스 코폴라의 조카, 안젤리나 졸리는 배우 존 보이트의 딸. ‘끼’를 피로 이어받았다.
커크 더글러스와 마이클 더글러스, 키퍼 서덜랜드와 도널드 서덜랜드는 부자지간. 기네스 펠트로는 TV프로듀서인 아버지와 토니상을 수상한 연극배우인 어머니 블리드 대너, 이사벨라 롯셀리니 역시 로베르토 롯셀리니 감독과 잉그리드 버그먼 부부의 딸이다. 그들에게 ‘가문의 명예’는 배우로서 넘어야할 또 하나의 큰 벽. 자신만의 명성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나 보았다.
■니컬러스 케이지
니컬러스 케이지의 영화인생은 마치 가운데를 ‘짝’가른 수박처럼 보인다. 한쪽에 ‘광란의 사랑’ ‘아리조나 유괴사건’ ‘문스트럭’에서처럼 어딘가에 사로잡힌 불안한 영혼의 그가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더 록’ ‘콘 에어’ ‘페이스 오프’같은 대형 액션물 주인공이 있다. 블록버스터에 인디영화의 영혼을 매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오락 영화에서도 그는 전형적인 액션 배우보다는 정적이고, 사색적인 영웅이다.
어떤 종류의 차든 60초 안에 손에 넣는 자동차 도둑 멤피스의 이야기 ‘식스티 세컨즈(Gone In Sixty Seconds)’ 주인공으로 출연료 2,000만달러를 받은 니컬러스 케이지. 그리스에서 차기작 ‘Captain Corelli's Mandolin’촬영중에 잠시 짬을 낸 그를 지난달 28일 아테네에서 만났다.
연속 대형오락물 출연을 의식한듯, 그렇다고 인디영화에서 발을 뺀 것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영화는 음악과 흡사하다. 어떤 때는 베토벤 심포니가 좋고, 또 어떤 때는 비밥바룰라(1950년대 ‘로커 빌리’스타일의 가벼운 노래)가 좋고.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같은 영화는 인간의 내면을 샅샅이 훑어 가는 과정이 매력적이고, 액션 영화는 매우 흥분되고 도전해 볼 만하다”고 비교했다.
살살 녹는 사랑영화(Popcorn Movie)도 마다하지는 않겠다고. 그러나 “존 말코비치와 함께 찍은 영화가 공개되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며 언제라도 다시 인디영화로 돌아갈 뜻을 비쳤다. 영화 속 멤피스는 1967년형 포드 무스탕을 시속 160마일(250㎞)로 달리는 기막힌 운전 솜씨의 소유자. 웬만한 장면은 스턴트를 쓰지 않았다. 그 역시 훔칠 만큼 집착하지는 않지만 자동차가 몇 대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이 모으기도 했다.
‘자동차는 말, 자신은 카우보이’ 같다는 말까지 곁들이며 자동차 광(狂)임을 자랑했다.“페라리F40은 레이싱 트랙에서 한 번 타보고는 팔았는데 정말 좋은 차였고, 람보르기니는 소리가 환상적이다. 20대에는 과속으로 딱지를 떼인 적도 많다. 차 안에서 스피드를 내면서 소리내어 울고 웃고 긴장을 풀고, 돌아와 물 한잔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림으로 자신을 묘사해 달라고 하자 “불길에 휩싸인 우주공간에서 서핑보드를 타고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을 노랑과 빨강으로 그리고 싶다”고 말하는 케이지. 스타보다 배우에 더 가까와 보인다. 17살에 데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인기 비결일지도 모른다.
■안젤리나 졸리
시슬리 청재킷과 바지, 그리고 흰색 티셔츠. 관능적, 혹은 도발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의 매력을 나타내기에는 단순한 복장이 더 좋다.
존 보이트의 딸, 스물다섯살의 아이 엄마이자 벌써 두번째 결혼, 인터넷 인기 스타. 호기심 어린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식스티 세컨즈’에서도 그녀는 역시 요염하다. 자동차 절도범 멤피스의 옛 애인인 스웨이 역으로 ‘페라리 박사’로 불리는 정비 전문 자동차털이. 말없이 떠났다 불쑥 돌아온 애인을 위해 또 다시 범죄에 발을 들여놓는 역할이다.
“워낙 급하게 운전하는 성격이라 속도가 잘 나지 않는 포드 픽업을 몰고 다닌다”는 그녀는 “카레이싱을 배워 진짜 속도를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에어 컨트롤(Pushing Tin)’, ‘본 컬렉터’가 개봉했는데 영화들마다 너무 섹시한 이미지가 강조돼 그런 이미지가 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섹스가 좋다(I Love Sex)”그녀다운 답변. 게다가 한마디 덧붙이는 그녀. “오히려 남자배우들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가 성적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물론 농담이다.
10대부터 영화에 출연한 그녀는 에이즈로 사망한 슈퍼모델 카렌 지아의 일생을 그린 ‘지아(Gia)’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면서 세계적 스타 자리를 예약해 놓은 상태. 정작 그녀는 현재 남편에게 푹 빠져 있다. “처음 그가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았을 때 너무 놀라 벽에 기댔다. 영화촬영 당시 두사람 모두 애인이 있었지만 우리는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4월 아카데미 수상 즈음 결혼을 했는데, 결혼의 흥분에 비하면 수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스타일.
“훌륭한 아버지이자 배우지만 집에선 평범한 사람으로 책읽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아버지 존 보이트를 평한 그녀는 “내 일과 내 자신에 충실하고 싶어 아버지 성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곧 남편을 따라 ‘안젤리나 졸리 손튼’으로 이름을 바꿀 예정. 남편이 쓰고 있는 로드무비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함께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아테네(그리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