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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박두/사이더 하우스

입력
2000.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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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지독한 곳이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밖에,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바로 성장일지 모른다. 적어도 라세 할스트롬 감독에게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진리를 ‘성장영화’라는 구조를 통해 통렬하게 드러내왔다. ‘개 같은 내인생’이나 ‘길버트 그레이프’모두 그랬다.‘사이더 하우스(The Cider House Rules)’에서 감독은 이제 성장의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고아 청년에 포커스를 맞춘다. 추운 밤 버려진 아기였던 호머 웰즈(토비 맥과이어)는 고아원에서 자라난 청년이다. 몇번의 입양과 파양을 거친 청년은 ‘아버지’라치 박사(마이클 케인)로부터 의술을 배우고, 후계자로 인정받지만 그는 꼭 한번 바깥 세상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다. 찰스 디킨스의 ‘데이빗 카퍼필드’, 1년에 한번씩 보는 영화 ‘킹콩’보다 더 큰 세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수술을 하러온 젊은 연인 윌리와 캔디는 그를 바깥 세상으로 유도하는 통로가 된다. 호머는 그들을 따라 세상에 나가 바다를 처음보고, 난생 처음 간음을 하고, 근친상간을 목격한다.

바깥 세상의 모든 죄악은 따지고 보면 풍경 만큼이나 익숙하기도 하고, 삶이란 죄를 짓고 그렇지않고 하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 ‘치유’의 문제라고 영화는 말한다. 그 치유의 방식을 도덕의 잣대로 재지않는 것도 독특한 아름다움이다. 그들은 외로워서 허용되지 않은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의 형벌로 죽어가면서도 원망하지 않는다. 원작과 각본을 맡은 존 어빙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 신랄하면서도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는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3일 개봉.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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