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가 한나라당 총재로 재선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선전한 이유중에는 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가 있었겠지만, ‘이회창씨의 몫’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낸 사람을 당원이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그럼에도 그는 66.3%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나머지는 그를 거부하거나, 적어도 그가 견제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가볍지 않은 시사(示唆)다. 그는 비주류측으로부터 당을 독선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들어 왔다. 3金 청산을 외치면서 3金식 구태의 정치를 답습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가 이런 비난을 받게 된데에는 정치 환경적 측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정권교체후 야당의원 빼내가기와 ‘이회창 죽이기’가 간단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가 독한 마음을 먹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달라야 한다. 시대적 상황도 다르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도 예전과는 다르다. 독선 독주가 아닌 민주적 리더십을 갖지 않으면 정치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을 계기로 이회창씨는 야권에서 가장 확실한 차기주자로 부상했으나, 그렇다고 그의 앞길이 탄탄대로라고는 할 수 없다. 우선 틈만 나면 제기되는 ‘영남 후보론’을 효과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사실 영남 후보론은 나름대로 씨가 먹히는 구석이 없지 않다. 그가 내세우는 대안 부재론이 계속 힘을 발휘하려면 그의 말처럼 “反DJ 정서와 투쟁의 리더십”에서 벗어 나 새로운 민주적 리더십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총재로서의 첫번째 시험대는 아마도 개원정국이 될 것이다. 총재직 수락연설에서의 그의 목소리 톤으로 볼 때 일단 개원정국이 긴장될 가능성은 높다. 물론 여당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민주당 태도는 청와대 영수회담 합의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1일 자민련과 공동으로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10인이하로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이런 배경에는 뻔한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 원내 과반의석을 만들기 위해 자민련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여기에 인사청문회와 총리인준문제, 선거사범 편파수사 문제등 그의 정치적 역량을 시험하는 과제들은 많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 것이냐, 아니면 투쟁이냐, 이회창씨는 깊이 생각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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