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사(史)를 새로 써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있다. 7월1일부터 전면 시행될 의약분업과 의료보험 통합. 전문가들은 이 2가지 정책을 ‘의료혁명’이라고 부른다. 의약분업은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라는 대원칙에 따라 국민들의 병원 및 약국 이용 관행을 송두리째 빠꾸게 된다.의료계, 제약업계에도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의약분업에는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고 의보통합도 보험료 형평성 문제 등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의료혁명의 전망과 문제점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부는 1일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장관 명의로 ‘의약분업 실시에 즈음한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이라는 것이 불법집단파업이나 시위 등으로 사회가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나오곤 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의약분업 강행의지를 천명하는 동시에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의료계의 ‘기’를 꺾자는 의도가 담겨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의료계는 기가 꺾이기는 커녕 이날 바로 성명을 발표, “정부는 교묘한 말로 국민과 의사들을 농락하고 위협하지 말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시킬 만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의약분업은 분명히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의약분업이 30일 앞으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지만 전문가들조차 성공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가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진료수가가 현실화하지 않고 국민건강을 보장하지 못하는 의약분업안은 의료기관, 특히 전체 의료기관의 70%를 차지하는 동네의원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15일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도입에 따라 약값이 사실상 30.7% 인하된 것이 의약분업 반대의 시발점이 됐다.
의료계는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2월 이후 동네의원 집단휴진을 2차례나 강행한 데 이어 4일에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국의 의사와 의대생 등 1만여명이 참가하는 ‘의약분업 거부 집회’를 열 계획이다. 또 20일부터는 집단휴업에 예정해 놓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차흥봉(車興奉)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집단이익을 내세워 휴진 및 폐업 등 국민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를 할 경우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의약분업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7∼10일 의약분업 모의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약사의 대체조제시 의사의 사전동의, 의약품 재분류, 약사 임의조제 완전근절 등 의료계가 요구하는 10가지 보완요구가 작년 5월 시민단체 중재로 정부, 의료계, 약계가 합의한 내용을 뒤집는 것으로 분업 반대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의약분업 시행 이후 벌어질 양상이다. 의료계가 집단휴업으로 의약분업을 계속 거부하면 시민불편이 엄청나게 커지고 비난의 화살이 정부와 의료계로 쏠려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한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라며 “의약분업 시행 전에 양자가 머리를 맞대는 자세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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