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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안보면 눈에 가시가 돋쳐요"

입력
2000.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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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인터넷방송■ 인터넷 방송의 두 얼굴

# 1. 30일 오후 11시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PC방. 김모(32)씨가 인터넷 성인방송 WXY TV의 ‘류미오의 사생활’을 클릭한다. 채팅창을 통해 “상의 좀 벗어요”라고 말한다. 에로 배우 류미오는 상의를 벗는다. 다른 시청자들은 농도가 더 짙은 행위를 계속 요구한다. 류미오는 피를 온 몸에 묻히고 사슬에 묶여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서슴없이 연출한다.

# 2. 31일 오후 3시 경기 광명시 철산동 우성아파트 김정란(29)씨. 개를 좋아하는 그녀는 애견 기르기 전문 인터넷 방송 ‘트루멍(trumong)’을 통해 개 진진이의 출산 과정을 보며 클릭을 해 정보를 저장한다.

성인물이나 애견에 관한 방송만이 아니다. 일본의 가요 영화 등 일본 대중문화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Jexit,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아이씨네, 인디음악만을 취급하는 인디즈, 라이브공연을 중계하는 알지넷, 광고 영화 드라마 촬영 중 NG 장면만을 모아 내보내는 NGTV, 시트콤만을 보여주는 NET2U 등등…1997년 시작된 인터넷 방송국은 현재 360여 개, 채널수만 5,000여개.

■ 방송의 대안인가, 새로운 미디어의 총아인가?

표현의 자유와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 지상파 TV나 케이블TV가 다루지 못하는 틈새 프로그램, 수용자가 제작에 참여하는 쌍방향성(인터랙티브),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청 환경.

일반 방송과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인터넷 방송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오디오와 비디오, 문자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인터넷 방송이 선을 보인 것은 1997년 M2S. 현재 KBS의 crezio 등 언론사가 운영하는 것과 법인이 운영하는 독립 인터넷 방송, 한 사람이 방송하는 ‘나홀로’ 인터넷 방송까지 3분화했다. 장르별로는 음악이 23.5%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장르종합 20.7%, 교육 9.4%, 문화·예술·생활 8%, 연예·오락 6% 순이다. 유료로 운영되는 곳은 3%, 나머지 97%는 무료다.

LG경제연구원은 “일반 방송이 갖지 못한 특성으로 인해 2005년쯤 인터넷 방송국은 현재의 3배인 1,000여 개에 이르고 방송의 틈새 시장 개척이 아니라 21세기형 뉴미디어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방송을 이용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터넷방송협회에 따르면 시청 인구는 약 300만 명. CHATV 김현영씨는 “인터넷 방송이 선을 보인 이후 시청자 수는 매년 5배 이상 폭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루라도 인터넷 방송을 보지 않으면 금단 증세가 나타난다는 마니아층도 늘고 있다. 인터넷 방송 이용자들은 다양한 채널을 돌아다니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얻고 있다. 지상파 TV처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즉각적인 참여를 통해 방송 제작에 개입하는 능동적 수용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방송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탈시간·탈공간 매체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방송위원회 이은미 시청자부장은 “인터넷 방송은 대중이 정보의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보의 생산자인 동시에 분배자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 문제점은 없는가

새로운 멀티 미디어 총아로서 의미를 갖는 인터넷 방송은 문제도 많다. 조잡한 동영상 등 기술적인 문제에서부터 법적·제도적 미비 등 선결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인터넷 방송의 매체적 성격 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통합방송법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은 ‘유사방송’ 범주에 속해 방송위원회의 감독과 사후 심의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심의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검증되지 않는 수많은 콘텐츠와 지극히 외설적인 방송이 유통된다. 그래서 ‘빈터넷 방송’이라는 비판도 있다.

디지털 방송이 가져 올 지상파 TV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인터넷 방송의 비관적 전망도 대두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인터넷 방송이 미디어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고 대중의 문화 행태와 사고방식, 그리고 인간 관계를 변화시킬 매체로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문화기획] '프랑켄슈타인' 설립자 주병진

“공중파에서 시사코미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이런저런 외압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기서는 할 말을 속시원히 다 하니까 좋아요.”

인터넷방송 프랑켄슈타인(www.frank.co.kr) 설립자 주병진. 그가 진행하는 뉴스쇼 ‘Zola Cool!’은 독도 문제, 미군부대 이전과 같은 시사문제를 용산구청장 등 관련 전문가와 좌담 형식으로 진행하며 시원스런 비판을 날린다.

“…이 놈이 업무 익힐만 하면 다시 다른 놈이 와서 떠맡고… 하여튼 이렇게 정책의 연속성이 없으니 일본에 뒤질 수밖에…”이런 거침없는 멘트에도 전혀 제재가 없다. ‘방송인’으로서 그가 생각하는 인터넷방송의 최대 매력이다.

이경실 이성미 등 입담 좋은 연예인들이 질펀한 이야기판을 벌이는 ‘수다크래프트’, 섹스숍 화장실 등 금기의 영역을 ‘야하지 않게’ 파헤치는 ‘6㎚익스플로러’등 프랑켄슈타인은 다양한 콘텐츠로 개국 2개월 만에 페이지뷰 100만을 자랑하는 인터넷 방송이 됐다.

그가 생각하는 이 방송의 경쟁력은 솔직성과 날카로운 풍자. 그래서 ‘날카로운 모서리’라는 뜻의 ‘재그(jag)’를 모토로 삼았다. 그렇지만 가장 인기있는 부분은 역시 연예인의 자유 방담 ‘수다크래프트’다. 그도 이 점을 생각해 이경규 등 동료 연예인들의 실력과 유명세를 적절히 가미했다. 이들은 출연료를 스톡옵션으로 받는다. “최근에 연예인들이 인터넷 방송에 많이 참여하는 것도 연예인 동원 등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사업’으로 생각하면 좀 다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유료나 회원가입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이렇다할 수입원이 없지만 곧 대규모 쇼핑몰을 개설할 예정이다. 속옷 사업을 시작할 때처럼 구상에서 설립까지 3개월 만에 모든 것을 ‘후딱 ’해치웠다는 주병진. 작년 영화를 공부하러 중앙대에 편입한 그는 낮에는 학교, 저녁에는 속옷 회사, 밤에는 인터넷방송 사무실을 누비는 ‘3중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도 피곤한 줄 모른다. 개그맨이 아닌 ‘재그맨’으로 살 수 있기에.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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