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토 난(亂)개발에 대한 종합대책으로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을 통합하여 새 법을 만들고, 전국을 개발지역과 제한지역으로 나누어 ‘선계획 후개발(先計劃 後開發)’원칙아래 국토를 관리하기로 했다. 종합대책에는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담겨있지만 그동안 난개발을 촉발했던 준농림지를 없앤 것이 핵심이다. 국토관리를 시대적 요구에 맞춰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뜻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지난 일을 탓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준농림지 제도가 환경·경관·기능적으로 수도권 주변을 비롯한 농촌과 교외지역을 획일적으로 얼마나 망가뜨렸는지 모른다. 상수원주변은 러브호텔과 카페 등 환락의 시설로 들어찼고, 목가적이던 우리의 농촌지역은 도시화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논바닥 아파트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다. 아마 준농림지 제도를 만든 당시의 정책입안자들도 오늘의 이런 모습을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구증가와 도시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초기에 국토관리정책이 조그만 방향을 잘못 틀어도 그 결과는 통제불능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난개발을 막겠다고 정부가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난개발문제가 나오자마자 건교부가 마치 준비했다는 듯이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서 우리는 또다른 걱정을 하게 된다. 과연 건교부가 이런 중대하고 복잡한 정책을 입안하면서 여론수렴과정을 제대로 거쳤는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이다음 구체적인 입법과정에서 지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거센 압력이 또다른 여론을 형성할 때는 본래의 원칙은 또 흔들리게 마련이다.
우리는 정부가 맹목적으로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단순한 규제 정책으로는 그 부작용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고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도시화는 21세기 초반에도 하나의 추세이며, 따라서 교통 환경 범죄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더구나 수도권 비대화는 안보적인 차원은 차치하고라도 자연재앙을 부를 정도로 심각하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정부가 난개발규제에 머무르지 말고, 지역마다 개성있는 도시개발을 촉발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기존의 도시개념을 뛰어 넘는 도시 디자인 차원이어야 한다. 난개발 비판여론의 근저에는 기능적으로 집적화하고 환경적으로 쾌적한 도시를 원하는 국민욕구가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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