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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재벌체제](1) 오너시대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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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재벌체제](1) 오너시대 끝나나

입력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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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경영 붕괴의 서막 섭정 없을지는 미지수황제경영은 우리나라 재벌체제의 ‘알파’요 ‘오메가’다. 재벌체제의 모든 폐악은 총수(오너)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결과에 ‘면책특권’을 누리는 황제경영의 파생물들이다.

현대그룹은 우리나라 황제경영의 대명사적 기업이다. 따라서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오너일가 경영일선 퇴진’결정은 비단 ‘현대왕조(王朝)’만의 체제변화 차원을 넘어, 뿌리깊은 국내기업의 봉건적 경영 시스템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결국 철옹성같던 재벌체제도 마침내 그 허물어지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황제와 왕자들의 퇴위는, 재벌의 힘을 빌려 커왔지만 재벌의 방종 때문에 무너져야 했던 우리나라 경제사에서 기념비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국민의 정부’출범이래 계속되어온 재벌개혁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5+3’원칙에 따라 빅딜, 부채비율축소, 사외이사도입, 상호채무보증해소등 제도적 변화는 일정대로 추진되어 왔지만, 2년반이 지난 지금 재벌개혁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는 인색하기 만하다.

무디스 S&P등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재벌을 ‘여전히 투명하지 못한 집단’이라고 규정하면서 결국 재벌의 문제가 한국경제의 추가적 도약을 가로막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제도가 바뀌고, 몸집을 줄여도 재벌이 달라지지 않았던 것은 결국 절대군주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오너 때문이었다. 대주주가 지분율 만큼만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졌다면 투명성 문제는 얘기조차 나올 이유가 없었다.

대주주가 자녀들에게 지분과 지분만큼의 권한만 넘겨줬다면 족벌경영이나 변칙증여·상속 문제는 거론될 필요조차 없었다. 대주주가 자신의 안방이 아닌, 합법적 이사회 토론을 통해 사업결정을 내리고 주총을 통해 결과를 검증받았다면 과(過)투자·오(誤)투자는 처음부터 없었을 것이고, 문어발식 확장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가 그 자리를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준다고해서 재벌개혁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왕정은 끝났더라도, 지배구조가 곧바로 민주적 공화정으로 바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수렴청정식 ‘섭정’도 가능하고, 황제의 빈 자리를 척신들이 메울 공산도 있다. ‘아류(亞流) 황제경영’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현대의 조치는 진일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심화하는 경제력 집중과 금융지배, 재무구조개선, 경쟁력저하 등 뜯어고쳐야 할 재벌의 병폐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황제경영의 지속여부를 결정하는 것 조차 황제의 몫인 상황에서 과연 다른 재벌들이 현대의 변화를 얼마나 따라올지도 미지수다. 재벌개혁은 완성이 아니라 이제 비로소 시작인 셈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입력시간 2000/05/3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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